자동차 차체를 생산하는 업체에 근무하는 A씨. 그는 수입원자재를 구매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직거래를 통해 원자재를 구입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원자재의 가격 동향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가 근무하는 곳은 직원이 300명 채 되지 않는 중소기업이다. 원자재 정보를 알 수 있는 길은 납품 업체나 혹은 특정 기관에서 제공하는 유료 정보가 전부다. 유료 정보의 경우 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구매 계획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반(半)독점적인 품목의 경우에는 적정한 가격정보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불공정한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4개사 중 1개사가 공급업체에 견적서를 내기 전까지 원자재 가격을 사전에 알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원자재 수요 증가 등으로 급격한 가격변화와 수급변동을 겪으면서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게다가 해외 원자재 가격 정보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중소기업들에서는 이용하기에 부담스러운 존재다. 이런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올해 초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국가원자재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동향과 수급 정보를 자유롭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원자재통합허브’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중소기업진흥공단 e비즈니스사업처 오기철 팀장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대한 불만은 중소기업들이 매년 지적하는 문제”라며 “중소기업들이 원자재가격 동향과 시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일수록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대기업이 해외 정보망을 통해 직접 원자재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정보수집력이 약해 오히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개발 작업에 착수해 올 1월 말 공식 오픈했다. 국가원자재정보시스템은 국내 원자재 가격 정보 뿐 아니라 해외 원자재까지 중소기업들의 활용빈도가 높은 품목 위주로 제공하고 있다. 주로 철강기철금속과 석유화학공업제품 등의 국내외 원자재 가격 정보가 많다. 현재까지는 360여 품목의 원·부자재 가격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며, 주요 품목에 대해서는 공급업체의 공급가격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오기철 팀장은 “원자재 종류만 하더라도 1만여개가 넘을 정도로 많다”며 “현재는 활용도가 높은 360개 품목만 정보 제공을 하고 있지만 향후 단계별로 늘려 300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기존에도 원자재관련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곳은 여럿 있었다. 코리아PDS를 비롯해 한국물가협회, 한국수입업협회, 조달청비축물자 등이 일부 품목에 대한 정보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제공해 왔다. 하지만 연간 정보 이용료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들었다. 중소기업청은 여러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없이 국가원자재정보시스템 한 곳에서 가격부터 구매 관련 모든 정보를 원스톱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코리아PDS와 한국물가협회 등에 정보이용료를 지불하고 콘텐츠를 구매한 뒤 통합 정보로 재가공해 중소기업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측에선 향후 전자보증 등 전자상거래 기반이 마련돼 있는 민간거래장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이 보다 쉽게 원자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초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국가원자재정보시스템은 1년여의 운영기간을 거치면서 다양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량적인 효과로는 우선 등록회원수가 6개월만에 6000명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1만여 명에 달했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15만명의 이용자가 168만건 이상의 원자재정보시스템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등록회원 1만여명이 개별적으로 유료 컨텐츠를 구독한다면 최소 2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국가원자재정보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이 비용을 들이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석유화학, 철강, 농림산품 등 국내외 원자재 가격정보 207건을 DB화함으로써 원·부자재 가격 자료를 활용한 다양한 통계 자료 및 가격 동향 변화 추이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오 팀장은 “원자재정보서비스를 통해 가격정보와 판매사 발굴, 뉴스 등 체계적인 원자재 수급 시스템이 마련되면서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경영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며 “특히 원자재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됨으로써 중소기업들의 사전 대응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자원자재정보시스템의 경우 널리 알려져 있는 범용적인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시스템구축을 담당했던 야긴스텍 최승혁 대리는 “원자재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해서 개발자들이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고, 4개월의 짧은 기간동안 300여개가 넘는 다양한 품목의 가격 정보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요즘 원자재정보시스템의 고도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중소기업별로 맞춤형 원자재 가격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격 정보를 보다 상세화·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리고 판매업체의 정보를 더 확대해 실거래 지원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반면 시스템 구축 초기 커뮤니티 서비스에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높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원자재 구매정보를 노출하는 것을 꺼리는 업체들도 많았다.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활성화되기는 당분간 어렵다고 판단, 원자재 직거래와 공동구매 장터에 무게중심을 두고 활성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오 팀장은 “직거래 장터의 경우 공급업체들이 자사의 재고 품목을 내놓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호응이 높다”며 “향후 공동 구매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중소기업진흥공단 e비즈니스사업처 오기철 팀장
--원자재정보시스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동향과 수급 정보를 특별한 부담없이 상시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원자재 가격 정보와 구매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가격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가격 예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전대응능력 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자재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품목이 현재 360여개 정도인데, 품목을 확대할 생각이 있는가. ▲360개 품목 가운데서도 많이 이용하는 것이 있는 반면 이용률이 저조한 것도 있다. 하지만 품목 수는 이용률을 떠나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에 한두번밖에 검색되지 않은 품목이라고 해도 해당 품목을 구매하려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단힌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품목 수를 단계별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3000개 정도로 확대된다면 원자재정보시스템을 이용하는 중소기업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원자재 정보 사이트와는 경쟁 관계가 되는 것인가. ▲기존 정보 사이트는 대략 5군데 정도였지만 다양한 품목의 가격 정보와 동향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따라서 이번 국가원자재정보시스템 구축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력해줬다. 향후 상호 정보 공유를 확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윈윈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추진 전략은.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시스템을 안정화,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며, 판매 업체의 정보를 더 확대하고 실거래 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중소기업에게 맞춤형 가격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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