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버린 여인들
나는 역사를 지루하고 따분한 그저 배워야할 과목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과제가 아니었다면 이 책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나는 싫어하는 장르의 책을 괴로운 마음으로 고르기 시작했다. 이 책은 어떤 책을 읽으면 더 가벼운 마음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고른 책이었다.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보였다. 하지만 이 책도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것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자료의 부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은 하층민 여성들의 억울함을 담고 있으나 읽다보면 자꾸 억울함의 원인제공자들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만 하면 죄 없고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죄 있고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게 된다. 왕도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보다는 그가 어떤 신분의 어떤 위치의 사람인지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죄를 심판한다. 사실 심판이랄 것도 없다. 범죄자가 공신정도 되면 아무리 더럽고 흉악한 죄를 저질렀다 해도 왕은 봐주기 식으로 조사를 하라고 한다. 여성들은 대개 피해자였지만 가해자에게 범죄의 빌미를 주었다고 같이 처벌되거나 혹은 피해자 여성만 처벌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리고 사건을 맡은 기관에서는 사건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필사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편한대로 사건 조사를 한다. 왕 또한 자신에게 정치적 부담이 생길까봐 확실한 증거가 충분한 살인자에게도 죄에 합당한 벌을 주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살해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아들이, 어떤 신분의 누가 죄를 저질렀는가’이다.
책에 앞쪽에는 첩이나 노비처럼 비천한 계급의 사람들이 자신보다 높은 신분의 사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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