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소설 중 「노크하지 않는 집」은 하숙집에 사는 여자의 이야기를 나타낸 소설이다. 이 집에는 다섯 명의 여자가 살고 있지만 이들은 서로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한다. 같은 공간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 소설에서의 공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같은 집에 사는 다섯 여자는 서로 같은 화장실을 쓰고, 같은 세탁기를 쓴다. 주인공 그녀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심지어 이야기조차 하지 않으며 필요한 말을 해야할 때에는 대화가 아닌 종이쪽지에 쓴 메모로 대신한다. 그리고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하며, 단절된 생활 속에서 관계를 유지한다. 암묵적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그렇게 서로 서로 시선을 피하며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 집의 주인 아주머니가 현관 앞에서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나오지 않고, 조용히 방안에만 있는다. 밖에서 아무리 심한 소음이 있어도 그들은 내다보지 않는다. 거기에 대해 여자는 ‘잘 참고 있거나 혹은 무관심했다’라고 하였지만 내가 볼 때에는 무관심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
같은 공간 속에 생활하면서도 서로 얼굴을 맞대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충격이지만 뒷부분에 더 큰 하나의 반전이 있다. 자신의 물건이 없어져서 누군가 가져갔다고 생각한 그녀는 나중에 열쇠가게 아저씨를 불러 열쇠가 없다고 하면서 다른 방의 문을 열게 한다. 그리고 그 방에 들어간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방임을 확인하게 된다. 다른 방 또한 그녀의 방과 똑같았다. 그렇다. 서로 단절되어 서로가 누구인지 얼굴도 모른 체 생활을 했는데 결국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똑같은 이불에, 똑같은 음반들 그렇게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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