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무협영화를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는, 영화 취향에 관해서만은 지극히 여성적인 자칭 멜로광이다. 전공 수업〈대중문학문화이론〉역시 강의계획서에 연애소설에 대해 배운다는 걸 보고 한 눈에 꽂혀서 이어진 인연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 곳만 파고들다보니 우연히 만난 이 무협이란 장르는 낯선 신세계마냥 느껴졌다.
하지만 제목 「소오강호」의 뜻을 잘 살펴보니, 멜로영화 못지않은 낭만이 느껴져 `어라, 이 영화 제목 좀 멋진데 ` 라는 호기심으로 집중하여 감상할 수 있었다. `강호를 비웃다` 라니…. 느낌이 충만한 표현이지아니한가. 무협의 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낭만이며, 낭만의 대착점에는 야욕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낭만과 야욕이 서로 충돌하는 세상, 그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무협 영화라는데 아마 「소오강호」가 그 최고봉에 있지 않나 싶다.
1990년에 만들어진 대략 20년 전의 영화이다. 하늘을 날고 바위를 쪼개는 검, 손바닥 하나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장법, 정파와 사파의 모습까지 우리가 상상하는 신비의 무공 세계를 스크린에 그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내가 옹알이를 하던 시절에 개봉한 이 영화 안의 무협 세계는 오히려 비현실적인 황당함에서 우러져나오는 화려함 때문에 더욱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는 규화보전이라는 절대무공서를 쟁탈하기 위한 관과 강호인들의 추악한 대결이라는 간단한 줄거리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유머러스함을 제공하고, 인생무상이라는 도교적 사상까지 전달한다는 면에서 이미 박수를 받을만하다고 생각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에 스승이 규화보전인 줄 알고 열어본 것이 소오강호 악보였을 때라고 꼽을 수 있겠다. 단연 묘미 중의 묘미였다. 자신의 허황된 욕망으로 인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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