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등으로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었고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거기에 가속화하는 지구온난화 문제로 국제적인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비용 절감과 그린IT를 향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가의 새로운 비전이자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면서 그린IT는 이제 IT업계뿐 아니라 전 산업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고 그린IT 실현을 위한 실질적 논의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그린의 물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린IT란 환경 보존을 위해 IT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유해요소를 최소화한다는 의미와 IT 자체가 친환경 실현을 위한 도구로 이용된다는 뜻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최근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그린IT 국가전략’에서도 그린IT를 ‘IT의 그린화(Green of IT)’와 ‘IT 융합을 통한 그린화(Green by IT)’로 나누어 이 두 가지 개념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전자는 IT 제품 및 서비스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거나 처음부터 탄소 배출량이 적은 그린 제품을 생산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반면에 후자는 IT가 제조, 교통, 물류, 전력망 등과 융합돼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에 공헌하는 것을 말한다. 갈수록 간과할 수 없는 영역으로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그린IT가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왔고, 앞으로 어떤 단계로 변화해 나갈 것인지 확인해봄으로써 향후 국내 기업들의 그린IT 추진 방향을 점검하려 한다.
#그린 플랫폼에서 그린 소사이어티로 그린IT 개념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초기에는 데이터센터 안에서의 그린, 다시 말해 ‘그린 플랫폼’ 개념으로 접근했다. 주로 가상화로 서버, 스토리지 같은 IT 장비의 물리적인 대수를 줄이거나 저전력 장비를 도입해 전력 소비량을 줄이고 냉각 방법을 개선함으로써 발열량을 낮추는 등 기존 시스템의 효율성 증대를 꾀하는 방식이었다. 비즈니스 수행에서 IT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IT는 생산, 비즈니스 프로세스, 의사결정의 효율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역설적으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서는 1차 타깃이 됐다. 기업의 생산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IT 자원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보장하기 위해서 데이터센터의 그린화가 가장 먼저 고려 대상이 된 것이다. 그 다음은 ‘그린 네트워크’다. 네트워크를 통해 비용 절감과 환경보호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들이 검토됐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절감과 같은 직접적인 방법 외에도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재택근무, 원격근무, 영상회의 등의 원활한 운영에 도움을 주는 것을 얘기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 아래에서는 유선보다 무선 네트워크 이용이 선호되며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기업 환경 조성까지 포함한다. 또 원격 업무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협업 시스템(unified collaboration) 도입 등이 활발하게 논의된다. 세 번째 단계로 ‘그린 오피스’가 그린IT의 새로운 영역으로 고려되고 있다. 회사 업무 환경에서 환경 보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보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회사 내 각종 사무기기(PC, 프린터, 소모품 등)의 전력 소모량을 체크하고, 인쇄나 복사를 자제하고 온라인을 통한 문서 수발신으로 대체해 종이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IT 자산의 폐기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몇몇 연구 결과를 보면 IT 기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은 서버나 스토리지가 아니라 PC와 모니터며 프린터나 통신기기의 배출량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그린IT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IT 자원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단계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 들어 논의되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 개념으로서 궁극적인 그린IT의 방향성이 제시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란 단순히 회사 차원의 그린화를 넘어 범사회적으로 친환경을 고려한 노력이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 빌딩, 교통 등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분야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해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한 환경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가 되면 비로소 IT가 그린 환경 구현의 도구로서 적극 활용되는 단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그린 환경을 구현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도달해야 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은 그린플랫폼 단계에 머물러 해외 기업들의 그린IT에 대한 인식과 준비는 어떤 수준에 있을까. IDC는 세계 10개국(미국, 일본, 호주, 중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멕시코, 브라질)에서 1500명 이상의 CIO를 대상으로 그린IT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린IT는 아직 데이터센터 문제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IT 도입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조사한 결과 전체 기업의 71.1%가 비용 절감(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그린IT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린IT 구현을 위해 가장 도움이 되는 기술로는 가상화나 데이터센터 통합 같은 서버·스토리지의 전력과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을 꼽았다. 실제로 전력 절감 차원에서 보면 서버나 스토리지 등 IT 인프라 환경의 개선은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단기간에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손쉽게 그린IT 도입의 투자수익(ROI)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전사적인 비용 절감 문제가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결과지만, 아직 각국의 그린IT 이니셔티브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논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그린IT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그린 네트워크나 그린 오피스가 점차 논의 선상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현재 환경 규제를 가장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고 규제를 단일 제품에서 유해 화학물질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매부터 폐기까지 제품의 전 생명주기에서 보다 진보된 수준의 그린IT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또 일본 기업 중 35%는 이미 그린IT와 관련한 정책을 수립해 5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0개국에서 그린IT 정책 보유 기업의 평균 비율이 19%인 것을 감안할 때 일본 기업들의 그린IT 의식이 매우 앞서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매니지먼트 그룹의 그린IT 관여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서서히 그린IT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 관련 인식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이라는 1차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제 국내 기업에서도 그린 데이터센터에 국한된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전방위적인 영역을 고려한 그린IT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향후 기업의 탄소 정보 공개 요구가 강화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가 거세진다면, 그린IT는 단순히 기업 내부의 원가절감 효과를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경쟁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린IT는 전력 비용의 절감, 탄소 배출 감축 등 유형의 경제적 효과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 형성, 고객들의 제품 선호도 향상 등 무형의 간접적 이익까지 제공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린IT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제 그린IT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고려돼야 할 필수 항목이 돼가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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