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개장한 한진해운 신항만은 국내 최초로 전 야드 업무를 자동화하고 업무효율을 크게 높였다. 이로써 연간 250만 TEU(1TEU=가로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개 단위)의 물동량 처리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초 수평구조 야드 자동화 터미널이 됐다. 전자태그(RFID) 등 신기술도 적극 도입하고 항만운영시스템과 연계시켜 기존 터미널 대비 단위 시간당 물동량을 크게 높였다. 이 자동화 시스템은 2007년부터 시작해 2008년 12월까지 개발됐으며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미래 결과값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항만·물류 IT 전문 회사인 싸이버로지텍의 ‘OPUS 터미널’ 시스템이 적용됐다.
◇국내 최초 전 야드 무인 자동화=약 70만 m2에 달하는 넓은 야드에 세계 각국에서 온 컨테이너들이 항만 가득 쌓여있다. 육중한 컨테이너를 싣고 게이트를 통과한 트럭이 층층이 쌓인 컨테이너들 틈을 돌아 파란 신호등 앞에 멈춰섰다. 신호등 아래 LED 전광판에 표시된 숫자가 30…25…10, 또 한 자리수로 줄어들 때까지 앞뒤로 트럭을 조종한다. 0이 되니 이내 멈춘다. 이 순간 작동한 것은 놀랍게도 ’야드 크레인(Yard Crane)"이다. 서서히 작동해 손수 트럭 위 컨테이너를 들어올리더니 층층이 쌓여있는 컨테이너 위에 능숙하게 내려 놓는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도 트럭 뒤켠에서 “조금만, 아니 조금만 더 뒤로 오세요”라 소리치거나, 트럭 도착 확인 후 직접 장비 안에서 크레인을 조정하던 야드 크레인 담당자들이 사라진 것은 이같은 야드 크레인의 자동화 덕분이다. 한진해운 신항만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화장실에 가거나 식사하러 간 담당자를 트럭 기사들이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품이 든다면 단지 사무실 안에서 몇 명의 원격조정 담당자가 모니터를 통해 컨테이너 규격에 맞도록 집게를 조절하는 정도다. 그것도 불규칙한 크기의 컨테이너를 싣고 오는 외부 트럭에만 해당된다. 예전처럼 42대의 야드 크레인 1대당 무려 여섯 명의 담당자가 현장을 지켜야 했던 것에 비하면 업무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한진해운 신항만은 이처럼 한 블록당 2대의 "무인 야드 크레인(ARMGC, Automated Rail Mounted Gantry Crane)"을 21개 전 블록에 도입해 국내 최초로 전 야드를 자동화했다. 또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올리기 위한 장비인 안벽(STS) 크레인 또한 국내 최초로 40피트 컨테이너 2대 혹은 20피트 컨테이너 4대를 동시에 들어올릴 수 있도록 탠덤(Tandem)형 스프래더(Spreader) 방식을 도입했다. 무인 야드 크레인을 포함해 터미널 내 모든 장비들의 작업을 스케줄링하는 통합운영시스템인 TLC(Terminal Logistics) 시스템이 자동화 터미널의 핵심이다. 야드를 오가며 컨테이너를 옮기는 야드 트럭의 동선을 짧게 하고 공차를 최소화하는 야드 트럭 운영과 안벽 크레인 운영도 모두 TLC가 맡아 한다. 이 TLC는 한진해운 신항만의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한 싸이버로지텍의 통합 자동화 터미널 솔루션 OPUS 터미널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제어 시스템이다. 특히 한진해운 신항만의 경우 지평선과 수평을 이룬 블록 배열에 최적화된 야드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세계 최초 사례다. 앞서 야드 운영을 자동화한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지평선과 블록이 수직을 이뤄 차량 접근성이 떨어졌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수평 구조형 야드 자동화 시스템을 직접 고안한 것이다. 시스템 개발을 담당한 싸이버로지텍 이숙희 팀장은 “한진해운 신항만의 경우 해상운송 중 화물을 다른 운송수단으로 옮기는 물량과 수출입 물량의 동시 처리량이 많다”며 “이를 위해 지평선과 평행을 이룬 블록 배열을 통해 내외부 차량의 동시 접근성을 높이고 야드내 차량의 정확한 위치와 도착정보, 작업현황을 실시간으로 터미널 운영 시스템에 반영하고 운영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RFID는 안돼’ 고정관념 깨다=이 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은 무인 야드 자동화 시스템에서 한번, 그리고 어디가도 말썽인 RFID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번 놀란다. 직접 개발한 특별한 구조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100%의 RFID 인식율을 실현하고 있다. 비바람 몰아치는 악천후에도 99%를 상회한다고 한다. 우선 RFID 태그가 부착된 트럭이 오가는 게이트에서의 RFID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RFID 정보를 가장 증폭시킬 수 있는 이중 게이트 형태를 창안해냈다. 그 위에 RFID 안테나를 지그재그로 부착했다. 게이트 하부에 리더기와 광 트랜시버(Transceiver), 전원 등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차량 속도를 줄이지 않고서도 99% 이상의 입구 인식률을 보이고 있다. 1%의 오인식률을 극복하기 위해 21개의 블록 입구와 야드를 순찰하는 슈퍼바이저 차량에 리더기를 부착했다. 게이트에서 인식하지 못한 RFID 태그가 다시 발견되면 다시 한번 정보가 전송되도록 한 것이다. RFID가 부착된 야드 입구와 야드 현장 자동화 시스템을 연계하자 업무 효율성은 한층 더 향상됐다. 트럭이 들어오는 입구 관문의 RFID 리더기에서 차량 도착을 인식하는 순간 야드 크레인도 동시에 움직인다. 반출할 컨테이너를 미리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숙희 팀장은 “시스템 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벤치마킹 대상이 없었던 점”이라고 토로했다. 이 팀장은 “특히 수평형 야드 자동화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기 때문에 기존 유럽과 미국에서 시도된 자동화 터미널 운영 컨셉을 도용할 수도 없었다”며 “애로 사항을 한진해운 신항만 전문가들과 함께 자체 분석해 우리만의 특화된 모델을 창안해 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자동화 모델은 한진해운 신항만 이후 개장하는 항만에 잇따라 적용되고 있어 부산 신항 전체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진해운 신항만 측은 이 같은 업무 자동화로 연간 70명 정도의 야드 크레인 장비 기사가 감소하고 총 5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24시간 운영 가능하기 때문에 밤새 야드 내 컨테이너 이적 작업을 할 수 있어 다음 날 선박이 도착하면 가장 빠르게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트럭 운전사가 컨테이너 사이를 돌아 정차한 뒤 컨테이너를 완전히 하차하기 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평균 9분 수준으로 기존 항만 대비 약 40% 단축됐다. 이러한 자동화 장비들을 통해 타 항만 대비 시간당 처리물량이 무려 10∼20% 이상 증가했다. 시간당 최대 물동량과 적시 처리가 생명인 항만의 경쟁력을 크게 높였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현장 업무 자동화뿐 아니라 미래 업무를 미리 보고 결과값을 예측해 최적의 작업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작업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장비 위치와 현재 운영 상황 정보를 종합해 각종 운영 패턴을 그리고 다양한 룰에 기반한 고급 분석 모델을 적용시킨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으며 지속적으로 고도화 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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