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싸이월드’라 불리며 승승장구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닷컴은 지난 2006년 큰 위기를 맞았다. 원조교제 방조 혐의로 송사에 걸렸다. 이 사이트에서 알게 된 성인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14세 청소년이 지방 법원에 제소했다. 공방 끝에 법원은 이듬해 마이스페이스닷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면책 조항을 담은 미국의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 230조를 근거로 삼았다. 마이스페이스닷컴을 운영하는 뉴스코퍼레이션은 소송에서 이겼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잊지 않았다. 곧 아동 성범죄를 막기 위해 미성년자 20만명의 프로필을 삭제하고 14세 이하 어린이가 등록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자율 처방을 내렸다. #지난 6월, 세계 최대 음반제작사 유니버설뮤직그룹과 영국 버진미디어는 협약을 맺었다. 유니버설은 복제방지 기능을 없앤 보유 음원을 제공, 가입자가 무제한으로 음악파일 내려받도록 한 대신에 버진미디어는 불법복제와 공유 등 비합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에서는 정부 중심의 저작권 ‘삼진아웃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빚던 당시, 사업자 스스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인터넷의 역기능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해외 선진국에서는 민간 자율규제 구조가 벌써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전자신문 특별취재팀이 지난 7월 한달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을 현지 취재해 내린 결론이다. 정부는 섣불리 나서지 않으면서 민간 자율 규제를 유도한다. 민간은 오히려 정부가 요구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조치로 화답한다. 이따금 인터넷 역기능이 심각한 시점에 정부나 경찰의 개입이 거론되지만 결국 귀결점은 민간 주도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일본의 콘텐츠심의모니터링협회(EMA)는 비디오게임과 모바일 콘텐츠를 자율 규제하는 민간 기구다. 협회의 료헤이 요시오카 시게이치 사무국장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모바일 커뮤니티 인증제도를 도입, 지난 1년여간 32개의 사이트를 인증했으며 18세 이하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커뮤니티 인증제도를 통과한 사이트만 방문하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독일의 인터넷사업자들은 인터넷 자율규제기구 FSM을 중심으로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FSM 이메 파쓰 변호사는 “인터넷 사이트가 문을 열 때 인증받는 기준을 주고, 그 기준에 따르지 않는 사이트를 감시한다. 독일의 주요 인터넷 기업 51개가 모두 기준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자율이라는 의미 속에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자율규제가 정부규제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강력한 규제일 수 있다”며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 자율규제가 정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올 초 7개 포털사업자로 구성된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발족하는 등 자율규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방통심의위원회의 강력한 심의 구조,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포털 임시조치 관행, 인터넷 업계의 준비 부족 등은 자율규제 정착을 더디게 한다. 더욱이 인터넷 사업자가 정부 규제에 순응하다보면 자율규제 근육이 오히려 퇴화하는 ‘허약체질’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툭하면 법안발의로만 해결하는 분위기도 정착을 어렵게 만든다. ‘사이버 모욕죄’ ‘모니터링의무화’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가운데 최근 인터넷 진흥과 자율규제 지원이라는 명분을 담은 ‘인터넷기반서비스사업법(가칭)’ 제정 논의가 일고 있다. 자율규제를 대세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나 일부 조항은 정부가 자율규제까지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해외와 달리 사회 문화의 차이로 우리나라는 초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지만 자율규제 정착을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공적인 규제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기본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자율규제 기구인 FDI의 이자벨 팔르 피에르탱 회장은 “자율규제는 정부의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 성숙을 위해 권력을 잠깐 유보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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