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도 쓰지 않는 공중전화 유지 비용을 우리가 왜 부담해야 하나.” “공적인 의무를 임의대로 바꿀 수 없다.” 통신사업자들이 공중전화와 선박무선통신과 같이 이용률이 낮거나 이용자가 제한적인 통신시설 투자와 유지 비용 분담(보편적서비스 손실분담금)을 놓고 또다시 격돌한다. 보편적서비스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전기통신서비스다. KT가 제공사업자로 지정됐으며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을 매출액 300억원 이상의 기간통신사업자가 일정 비율에 따라 매년 분담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은 공중전화의 손실 보전 기준 개정과 무선선박통신의 적용 대상 재규정 등을 골자로 보편적서비스 제도의 개선을 위한 건의서를 공동으로 마련, 이달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SK텔레콤과 LG데이콤 등은 보편적서비스 제도가 일상생활에 필수인 통신서비스를 국민에게 차질 없이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KT의 적자를 보조하는 데 치중됐다며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다. 이들 회사는 “1년에 한 번도 쓰지 않는 공중전화가 전체의 20%에 달한다”며 “유지 비용 등을 경쟁사업자가 부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SK텔레콤과 LG데이콤은 KT가 수요와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공중전화를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경쟁사업자로부터 손실이 보전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 회사는 시내전화 손실 분담도 불만스럽다. 지난 2008년부터 KT 시내전화가 흑자를 기록해도 정해진 지역에서 발생한 손실에 무조건 손실을 보전해주도록 변경한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선박무선통신을 놓고 이들 통신사업자는 소수의 특수 업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보편적서비스에 넣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편적사업자인 KT가 KTF와 합병하면서 스스로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생긴데다 보편적서비스 제공에 따른 KT의 브랜드 및 기업 가치 제고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편적서비스제도에 대한 발상의 전환도 촉구했다. 높은 이동통신 보급률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통신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국민이 사실상 없는만큼 차라리 이 제도를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경제적인 또는 신체적인 이유로 통신서비스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KT는 이 같은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KT는 “보편적서비스는 국가의 공적 의무를 민간 사업자가 대신하는 것으로, 사업자 혹은 시장 상황 변화 등에 따라 임의적으로 조정할 성격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제도를 고수하려는 KT와 개선을 관철하려는 ‘반KT’ 진영 간 양보 없는 논리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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