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독과점 형태로 굳어진 이통 시장에서 요금 인하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규사업자의 등장이 특히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단순 음성서비스 재판매로는 이통 시장의 공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 1999년부터 MVNO가 도입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뚜렷한 전략 없는 MVNO의 경쟁 활성화 효과가 단기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 새로운 단말·콘텐츠·플랫폼 등이 결합된 고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통위가 지난 2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전기통신서비스 도매제공 제도 도입 및 의무제공사업자 지정 등 MVNO의 근거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미디어법 등 정치 현안에 밀려 국회에서 몇달째 계류하면서 아직도 처리 일정은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음성 MVNO의 사업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는 이통 3사의 순증가입자가 연 200만명도 되지 않는 것에 반해 사업자들이 사용하는 단말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은 2조∼3조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신규 MVNO가 나타나 음성 위주로 기존 시장에 파고들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나치게 낮은 요금을 책정한다면 초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결국 피인수 당하거나 파산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장 MVNO가 활성화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핀란드에서는 지난 2004년 말 MVNO 3사의 점유율이 15%에 육박했고 요금 인하 경쟁으로 20% 정도 요금이 인하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는 곧 사업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져 MVNO는 2005년 말 기존 이통사업자에 인수·합병됐다. 이후 독립 MVNO의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은 기존 이통사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3세대(G) 투자가 지연되는 결과까지 맞았다. MVNO 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겪은 MVNO의 실패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음성을 중심으로 한 MVNO를 도입하되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추가해 보완·실시하면 그만이지 통신사들의 시각에 동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MVNO가 전통적 방법으로 음성통화 시장에 진입한다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신용카드사와 연계한 새로운 단말기를 쓴다든지 데이터 시장에 진입한다든지 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상태에서 MVNO가 시장 경쟁 활성화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MVNO2.0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MVNO2.0의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을 견딜 수 있고 △이동통신망사업자(MNO)와 경쟁 및 협력을 하면서도 △이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 시장전략을 갖고 있는 사업자를 말한다. 음성 서비스뿐 아니라 무선 데이터·콘텐츠 등을 연계해 기존 시장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 MVNO들이 생존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요금 인하 등 이용자를 위한 혜택도 더욱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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