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이 정파성에 기반한 정치 논리에 의해 움직였지만 지나쳐선 안될 부분이 바로 ‘산업적 해석’이다. 미디어법을 추진하게 된 것도 사실은 미디어 간 칸막이를 없애 ‘경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이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법은 광고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독점하는 것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매체 간 장벽을 허문 미디어법이 어디로 튈지 해석이 분분하다. 민영 미디어렙은 방송광고 요금이 자율화되고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시장경쟁 체제로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방송시장의 실질적인 구조개편을 가져올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최소 1개 이상 민영미디어렙 설립”=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코바코는 지난 28년 동안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판매 대행에 따른 광고 시장에서의 독점 지위를 더 이상 누릴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2월 말까지 코바코 해체 뒤 최소 1개 이상의 민영 미디어렙을 만들어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케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방통위 내에선 관련 TF가 가동 중이며 4분기께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광고 시장의 파이를 키워 방송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방송광고 시장의 독점체제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영 미디어렙 설립은 미디어법 통과와 함께 방송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물론 정부가 아직 미디어렙을 ‘1공영 1민영’의 제한경쟁 체제로 갈지, 다민영의 완전 경쟁 체제로 갈지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있지 않지만 ‘방송 광고 시장의 경쟁 도입’은 한국 방송사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방송국 경영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광고 수급 방안 변화는 경영의 틀이 바뀌는 것과 같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언급했듯 2∼3개로 갈지 아니면 또 다른 방안이 나올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코바코를 기반으로 한 1공영 미디어렙도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 5월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범위를 방통위가 허가한 사업자로 확대하고 KBS와 EBS의 방송광고판매대행을 위한 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 설립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지상파-계열PP간 묶어 팔기 예고”=지난 22일 통과된 미디어법은 방송 광고 방식을 규정하는 법은 아니다. 그러나 광고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지난해 헌재 결정보다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미디어 플랫폼 간 교차 소유를 허용한 이상 신문과 지상파, 지상파와 케이블, IPTV와 신문 등의 결합 광고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크로스인데 광고가 독립적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미디어법 통과와 민간 미디어렙 도입으로 등장할 수 있는 대표적 신종 광고는 ‘지상파 방송국과 계열PP 간 묶어 팔기’다. KBS ‘1박 2일’이 지상파와 케이블TV에 동시 방송된다는 전제 하에 광고 가격을 매기는 것. 이와 관련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국 자체 영업이 허용(민영 미디어렙)된다면 케이블·위성 등 유료방송시장에 진출해 있는 계열 PP와 광고를 연계판매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조심스레 펴고 있다. 물론 이 방식은 케이블TV협회 등 뉴미디어 진영에서 반대가 심하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이종 매체 간 방송 광고 영업을 허용했을 때 지상파 방송국은 연간 3000억원 가량의 수혜를 입는 반면, 기타 PP들은 1000억∼2000억원의 매출 감소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경쟁을 도입한 미디어법은 이런 ‘블록 세일’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와 계열PP 간 연계 판매는 물론이고 지분으로 묶인 ‘신문과 지상파 방송’, ‘DMB와 지상파 방송’ 등으로 블록 세일이 확대될 수도 있다. 미디어법 시행령과 방송 광고의 완전 경쟁 도입 시 해당되는 사례들이다. 통신 시장과 비슷하게 광고 시장에서도 이런 합종연횡 현상이 벌어진다면 매체간 희비의 쌍곡선은 심하게 요동칠 전망이다. 한국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계열사 없는 단독 PP 등 하나의 미디어 플랫폼만을 가진 방송은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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