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인류문명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 e메일, 온라인게임, IPTV, 클라우드컴퓨팅…. 이 순간도 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크 서비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한 지 40여년 만에 현재 인터넷과 네트워크 시스템은 미래환경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래의 인터넷, 미래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1969년 10월 25일은 인터넷이 처음으로 등장한 날이다. 미국 국방부 통신망 ‘아르파넷(Arpanet)’의 개발팀원이던 빈트 서프 현 구글 부사장은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분교(UCLA)의 컴퓨터에서 스탠퍼드대 컴퓨터로 문자 데이터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아르파넷은 미 국방부가 적의 공격으로 통신망이 일부 파손되더라도 필수적인 통신 및 보안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상망으로 고안한 것. 당시는 이 실험의 성공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확하게 예측한 인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내는 군사용 통신망이 민간에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1979년 다시 빈트 서프가 동료인 칸과 함께 현재 인터넷의 기본 구조이자 언어로 설계한 TCP/IP 프로토콜과 결합되자 인터넷은 곧 산업·사회·정치·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버리기 시작했다. 또 인터넷의 엄청난 활용성은 인터넷 자체의 무한한 확장을 요구했다. ◇기존 인터넷의 한계=아쉽게도 전문가들은 현재 인터넷 구조는 이런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일단은 부하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 총무성은 이미 2006년 보고서에서 인터넷 네트워크의 트래픽 증가가 향후 3년간 3.5배로 늘어나고 5년 후는 30배로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단말기가 수십, 수백배로 늘어날 것이기에 아무리 압축기술이 발달해도 한계가 있다. 미래에는 PC 외에 전화기·가전제품·TV·자동차·시계·식료품 등 일상사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0년께 1000억대가 넘는 단말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하의 증가는 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다양한 부하, 단말기를 무리 없이 처리하고 무한대에 가까운 데이터가 손실되거나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단말기를 현재처럼 유선랜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유지, 관리가 어렵다. 당연히 미래 인터넷은 무선 네트워크 중심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40년 전 TCP/IP 프로토콜을 개발할 때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 구조, 표준을 확장하고 고치다 보니 여기저기 기운 누더기 신세에 비유될 정도다. ◇미래 네트워크를 구상하라=이런 인터넷의 위기를 일찌감치 내다본 선진국에서 미래인터넷, 미래 네트워크를 논의하고 있다. 아쉽게도 IT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은 아직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 예산도 부족하고 국가적 연구계획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2006년 9월 출범한 미래인터넷포럼(FIF) 등이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오는 2013년까지 5년간 109억원가량을 투입, 미래인터넷 관련 원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하원규 ETRI 융합정책연구부 미래기술전략연구팀 박사는 미래의 네트워크가 ‘만물지능통신망’ 혹은 ‘사물통신망’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물통신망은 2000년경 전자태그(RFID) 업계에서 처음 제시됐다. RFID, 무선 LAN, WAN 또는 여타의 인터넷을 통해 각종 사물에 대한 인간의 원격 접근 상태, 위치 및 센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보고하는 네트워크다. 즉 사물과 인간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수많은 기술과 응용장치의 총체가 사물통신망이다. 하 박사는 “통신·인터넷·방송 등 개별 미디어의 융합이 IT 2.0이라면 인간과 모든 사물 및 환경을 연결하는 똑똑한 네트워크의 융합이 IT 3.0 시대의 사물통신망”이라며 “우리나라는 2012년까지 양방향, 초광대역 융합망(UbcN)을 기반으로 인간과 정보단말기, 통신수단을 연결하지만 2012년부터 2020년까지는 사물통신망을 기반으로 인간·자연물·사물이 통신하면서 기존과 다른 형태의 지능공간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사물통신망 개념은 국내에서도 구체화가 이뤄지는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말 산발적으로 쓰이는 폐쇄적인 센서네트워크를 통합해 ‘미래 사물통신 네트워크(사물통신망) 구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서울특별시·제주특별자치도·강원도/춘천시 3개 컨소시엄을 시범 사업자로 선정했다. 방송통신망 고도화 중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총 150억원 정도를 투입할 예정이다. ◇각국의 대응방향=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미래 인터넷, 미래 네트워크 개발에 발벗고 나섰다. 미국은 2005년 미국과학재단(NSF) 등이 미래인터넷, 네트워크 개발을 주도한다. 기술개발 위주의 ‘FIND’ 프로젝트, 기술을 활용할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GENI’ 프로젝트 등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네트워크’를 내세우는 EU의 미래인터넷 계획은 오는 2013년까지 5억4000만달러를 투입해 실현된다. 일본도 지난해 총리실 산하 ‘종합과학기술회의’에서 선정한 과학기술 신규 과제 중 가장 중요한 S등급에 미래인터넷(NWGN) 기반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포함시킴으로써 이 분야 주도권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이 같은 노력은 현재 인터넷 시스템을 고수할 때 나타날 잠재적 위험을 해소하는 것 위에 미래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운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득 때문이다. ◇미래 인터넷의 중요성= 우선 차세대 네트워크, 차세대 인터넷은 데이터 전송 부담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증가하는 컴퓨팅 파워와 더불어 네트워크의 성능 증대로 사실상 무제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을 것이다. 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에 한계가 없어진다는 것은 산업, 사회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미래 인터넷, 네트워크는 새로운 산업의 장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현재 인터넷을 기반으로 MS·구글·시스코 등 수많은 IT 기업이 격전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기업, 산업을 낳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산업, 기업 측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래 인터넷은 인간의 소소한 실제 삶과도 구체적으로 연관된다. 전문가들은 미래 인터넷, 미래 네트워크에서 모든 사람의 건강 정보를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진정한 u헬스 서비스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미래 인터넷, 미래 네트워크의 가능성은 지난 2007년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정보통신기술 보고서에서 그 비전을 읽을 수 있다. “10배나 더 복잡한 시스템을 오늘날 노력의 10%로 제어한다. 100% 공장 가동률을 실현하고 유지비용을 50%, 산업사고를 30% 감소시킨다.” 미래 인터넷, 미래 네트워크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터뷰-하원규 ETRI박사 “만물지능통신망, 사물통신망은 IT의 진화를 말하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우리나라 IT 산업 전체의 혁신이 가능하지요.” ETRI의 하원규 박사는 미래 네트워크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유비쿼터스(u) 코리아 구상을 처음으로 제시했던 사람이 바로 하 박사다. 그런 그가 이제 만물지능통신망, 사물통신망의 구축 필요성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한 대한민국 IT의 업그레이드를 주창하고 나섰다. 그는 이 같은 생각을 최문기 ETRI 원장과 함께 ‘슈퍼 IT 코리아 2020, 한국형 선진국가 전략모델:만물지능화 IT 입국’이라는 책에 담아내기도 했다. -BcN 등과 사물통신망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BcN 등 현재의 u공간은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컴퓨팅 파워, 컴퓨터가 편재된 공간을 말한다. 이는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처한 다양한 맥락과 충분히 상호작용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낳는다. 반면에 만물지능공간, 혹은 사물통신은 모든 사물에 ID와 일정 수준의 정보처리 능력을 부여해 사람, 인공물, 상황, 과제를 종합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보완하는 개념이다. -다른 나라에서 논하는 미래 인터넷, 미래 네트워크 개념과 비교해 달라. ▲각국이 추진하는 미래 인터넷, 네트워크에는 개별적 특성이 있다. 미국은 기존의 기득권을 가져가겠다는 시각이고 EU는 더 이상 미국의 주도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게 연구 방향이다. 일본은 발달한 가전 등과 연계한 ’뉴 제너레이션 네트워크’를 내세운다. 사물통신망은 우리나라의 발전한 IT 인프라를 활용, 전반적인 IT 산업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최순욱 기자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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