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회사원 김모씨는 퇴근길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달리는 지하철 창문 너머로 반짝 등장한 축구 스타 베컴의 모습을 봤다. 평소 같으면 깜깜하기만 했을 지하철 터널이라 잘못 봤나 싶었다. 하지만 다시 이어지는 베컴의 얼굴과 모토로라의 휴대폰 광고. 달리는 지하철속에서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했던 어두운 터널에 선명하게 등장하는 동영상 광고라…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녹색 성장의 상징인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이 이색적인 지하철 터널광고시스템(TAS) 시장을 열고 있다. 최근 국내 전문업체인 LED웍스(대표 채균)가 LED를 이용한 TAS 시스템을 개발해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종로3가 구간에 설치, 동영상 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이 구간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달리는 차창 밖으로 47인치 TV화면 크기의 광고 영상을 15초간 볼 수 있다. LED웍스가 개발한 LED TAS의 원리는 이렇다. 시범 설치한 지하철 구간의 터널 내부 300m 거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수백개의 LED 막대를 구축, 차량의 운행 속도와 시각적 잔상효과에 따라 동영상을 보여준다. 불규칙한 속도로 달리는 지하철 내부에서 안정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독자적인 속도감응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속도감응 시스템은 열차 속도를 1초마다 측정, 화면의 크기와 위치가 일정하게 유리창에 영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열차의 속도에 따라 화면의 크기와 위치가 바뀌는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특히 LED를 이용한 TAS는 기존 인쇄 필름이나 LCD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2001년부터 유럽·중국 등에 앞서 보급됐던 필름 방식은 영상 콘텐츠를 바꿀 때마다 터널속 필름을 바꿔야 해 비용 부담이 컸다. 낮은 선명도와 속도에 따른 화면 흔들림 현상 등 기술적 문제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06년 일본에서 도입된 LCD 광고 시스템은 패널 가격과 초기 설치 비용이 비싼데다 정지 상태에만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게 단점이었다. 또 지하철 터널 내부의 방수·방진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LED TAS는 이같은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는 평가다. 광고를 교체할 때 터널 외부에서 원격 조작이 가능한데다 교체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LED 특유의 장점인 오랜 수명과 낮은 전력 소비도 매력이다. 채균 사장은 “TAS가 국내 지하철에 확산될 경우, 새로운 LED 응용 시장이 창출되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에도 내놓을 수 있는 효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서브미디어의 조사에 따르면 TAS 광고는 그 효과가 TV 광고 대비 7배, 지하철역 포스터 대비 3.5배, 전동차내 광고대비 7.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세계적으로 TAS가 유발하는 시장 규모는 6억달러로 추산되며, 미국·일본·중국·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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