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휴대폰 부품은 대부분 국산화 됐다. 원천 특허 때문에 100%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베이스밴드칩을 제외하곤 △디스플레이 모듈 △카메라 모듈 △PCB △배터리 모듈 등 주요 부품들의 국산화율은 이미 100%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휴대폰 부품 산업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이대로만 유지하면 세계 시장에서 순항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세계 휴대폰 부품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또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력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를에 가야할 길이 엿보인다. #“수요 기업에 선(先) 제안하라.” 셔터는 조리개와 함께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다. 셔터는 열리고 닫히는 속도에 따라 사진의 노출이 맞춰진다. 그러나 셔터의 핵심 기능은 다른 데 있다. 바로 피사체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이다. 셔터 속도를 빨리해서 사진을 찍으면 움직이는 피사체는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느린 셔터속도로 촬영하면 화면에 흐릿하게 움직임이 표시된다. 성우전자는 이런 카메라 셔터를 휴대폰용으로 만들어 냈다. 국내 최초였고 그래서 특허도 취득했다. 사실 셔터는 일본 기업인 코팔이 독점하고 있다. 코팔은 기구, 구조, 설계 등에 대부분의 특허를 보유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에 장벽을 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 국내에선 100%다. 성우전자가 이런 특허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건 코팔보다 먼저 휴대폰 시장을 두드린 결과다. 성우전자는 휴대폰에도 카메라 셔터가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미지센서가 셔터 기능을 대신했지만 전자식이 아닌 일반 카메라와 같은 ‘기계식 셔터’가 휴대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개발은 쉽지 않았고 난관 역시 수 없이 많았지만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300만 화소, 500만 화소, 800만 화소 등 휴대폰 카메라 기능이 발전할 수록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셔터를 찾았다. 삼성전자는 성우전자 셔터를 자사 800만 화소폰에 넣었다. 이 폰은 삼성이 내놓는 고화소 전략 상품이었다.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기업의 첫 제품이 전략상품에 채택된 것이다. 선행개발은 그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선행개발은 또 다른 수요를 가져왔다. 이달 삼성전자와 1200만 화소폰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한 데 이어, 특화된 카메라폰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주문이 이어진 것이다. 시장의 수요를 한 발 먼저 파악하고 움직인 결과였다. #“글로벌을 상대해라.” 거래처 다변화는 기업가라면 누구나 바라는 사항이다. 하지만 대기업에 좌우되는 부품 업체의 특성상, 또 안정적 매출이 가져다주는 유혹 등으로 인해 쉽게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세계 휴대폰 시장은 메이저 업체들을 중심으로 과점화가 진행되면서 지역이나 제품 영역의 구분 없는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격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휴대폰 업황이 계속해서 장밋빛일 거라는 가정하 에 국내 기업만을 대상으로 부품 사업을 지속해서는 위험 부담이 너무나 크다. 반도체 소자 전문기업 알에프세미는 이런 측면에서 벤치마킹 대상이다.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ECM(Electret Capacitor Microphone)칩을 만드는 기업이다. ECM이란 음성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시키는 마이크로폰용 반도체로 휴대폰, 캠코더 등과 같은 소형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알에프세미는 2000년 ECM칩을 국산화, 2002년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가며 시장에 첫 진입했다. 그런 후 2003년에는 고감도·원거리 마이크로폰용 ECM칩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사실 ECM칩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의 산요, 도시바, NEC 등의 업체가 주도해왔던 시장이다. 알에프세미는 그러나 세계 최소형 고감도 ECM칩 개발 이후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여 지난해 세계시장 38%를 점유했다. 알에프세미의 ECM칩을 안 쓰는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고부가 가치를 향해...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급변하는 시장은 기업에겐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가 된다. 경쟁력이 높아진 국내 휴대폰 부품 산업은 이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도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황학인 전자부품연구원 융합부품연구본부장은 “최근 휴대폰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술 개발 방향은 단순한 기기 구현에 치중하지 말고 기초 소재·기반 부품모듈 단위의 연구개발을 우선 진행하고 기반 기술을 다지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그러면서 “고화소 초점 조절 기능의 카메라모듈, 미아방지 및 보안을 위한 모듈, 지능형 교통 및 자동차시스템(ITS)과의 연동 부품·모듈을 개발하고 응용연구를 통한 다양한 시장 창출을 노려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다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회일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팀장은 “위기 극복은 물론 환경 변화에 능동적인 대처를 위해 업체별 맞춤형 전략이 요구된다”며 “매출과 수익이 산업 평균 이상인 기업들은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해 현재를 대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성장성은 높지만 수익성이 낮은 업체는 시장 확대를, 그 반대인 경우는 지나친 가격 경쟁을 회피하는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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