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여행은 우리를 겸허하게 합니다. 세상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얼마나 작은가를 두고두고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플로베르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여행...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에 있어서 죽는 순간까지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여행을 꿈꿔봤을 것이다. 힘든 현실을 벗어나 일상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것, 태어나 한번도 발 디뎌본 적 없는 곳에서 맞아보는 싱그런 풀잎 내음의 푸른 아침공기, 늘 보는 것이지만 무언가 더 특별히 와 닿는 신비로운 진홍색의 저녁노을,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모두 낯익어 보이는 것, 자신이 살아있음을 진정 느낄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여행이란 두 글자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유토피아가 아닌가.
세상에는 두 가지의 책이 있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책과 한번 보기도 힘이든 책. 그 중 전자에 속하는 것 중 하나로 나는 류시화님의 인도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꼽고 싶다.
이 책의 제목으로 보면 작가는 하늘 호수라는 이름만큼이나 깨끗하고 예쁜 곳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천상의 행복함을 뿌리 끝 속까지 한껏 품어봤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동아시아 어느 곳의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대륙이라든가 넓은 바다 어디엔가 떠 있는 유리구슬같이 투명한 섬이거나 한 것 말이다. 하지만 류시화님이 다녀온 곳은 우리가 늘상 꿈꿔왔던 축소판 유토피아가 아니라 아시아 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그다지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 인도라는 거대한 대륙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시화는 왜 굳이 인도를 하늘 호수라는 예쁜 단어로 비유했을까 다른 곳보다 결코 깨끗하거나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손으로 밥을 퍼먹고 거리엔 소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인도. 소매치기들이 판을 치고 독특하고 강한 향료 때문에 여행객들이 음식 때문에 애를 먹는다는 곳. 우리 나라 한 여름을 훨씬 웃돌고 남을 듯한 타는 듯한 더위와 불덩이처럼 작열하는 태양 아래 마실 것조차 제대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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