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산업이 융·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정보기술(IT)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 IT를 다른 산업과 융·복합하면 다양한 고부가가치 기술 및 틈새시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유가·원자재가 급등·금융시장 불안 등 현존하는 갖가지 암초를 돌파하기 위한 성장엔진을 위해서라도 IT융·복합 기술 개발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러한 인식하에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IT융·복합 인력양성 사업이다. IT를 기반으로 조선·자동차·의료·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고루 갖춘 전문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 취지다. 특히 기업 등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존 IT인력 양성의 문제점을 개선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IT융·복합 인력양성 사업의 의미와 중요성, 향후 계획 등을 살펴본다.
자동차나 조선산업 등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동차 산업은 생산량 600만대, 수출 500억달러 달성으로 3년 연속 세계 5대 생산국의 반열에 올랐다. 조선업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수주량·건조량·수주잔량에서 일본·중국 등의 경쟁국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으로 세계 최강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무한시장 경쟁체제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법. 비교우위에 있는 이러한 기존 산업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IT를 접목해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탈바꿈시켜 나가고, 이 과정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바로 IT융복합인력양성센터사업의 취지다. 그동안 업계와 학계 등은 IT를 기반으로 한 컨버전스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그렇지만 정작 이를 주도할 전문인력 확보는 여전히 숙제다. 비록 일부 대학이나 기업에서 산발적으로 IT융·복합 관련 강좌가 개설돼 운용됐으나 시장이 요구하는 수요를 충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같은 실정을 고려해 정부는 지난해 7월, 자동차·조선·의료·건설·국방 5대 기간산업에 IT를 결합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삼겠다는 이른바 ‘뉴 IT산업 발전전략’을 밝혔다. 정부는 자동차와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전국에 5개의 IT융복합인력양성센터를 설치해 전문인력을 집중 양성한다. 기존 기술교육 과정으로는 융·복합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인력을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조선 등 해당 산업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IT 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데 따른 것이다. 전체적인 사업 주관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담당한다. 올해 자동차·조선 2개 분야를 중심으로 지난 2006년부터 IT·NT 융합기술교육과정을 실시해온 NIT연합대학을 포함해 총 5개 기관에 25억원이 투입돼 센터가 설립됐다.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하고 전국 산학연이 공동 참여하는 NIT연합대학은 국내 최초로 NT와 IT의 융합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자동차와 IT 분야의 융·복합 인력양성센터로는 울산대(학위과정)와 아주대(인증과정)를, 조선과 IT 분야의 융복합인력양성센터로 목포대와 동명대(학위과정)가 각각 선정됐다. 이들 기관들은 기업, 대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IT융합 분야 교과목을 개발하고, 자동차 및 조선관련 기업체에서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교과목은 IT와 자동차 및 조선관련 기업체, 대학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설계하고 대학·산업체·연구소 등 관련 전문가를 교수진으로 활용해 현장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 배출된 전문 인력들은 자동차를 단순히 내연기관을 이용해 동력을 얻고 달리는 기계적 장치의 운송수단이 아니라 첨단 IT인프라가 구축된 달리는 사무공간 또는 TV를 보는 안락한 거실의 개념으로 바꿔나갈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IT기반의 선박 기술로 무장한 전문 인력 또한 세계 일등 조선강국을 지켜나가는 선봉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직접 효과 외에 청년 실업난 해소와 틈새 시장에 따른 벤처 창업 등 부수적인 효과도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48개 대학 IT연구센터(ITRC)와 기술연계 및 통합을 유도해 융·복합 연구인력 양성을 지원한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통합하면 이를 IT기반 융·복합 인력 양성의 전초기조로 활용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인력 양성은 현장 수요를 반영해 실무 중심의 고급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기존 2∼3개월이던 것을 6∼10개월까지 늘린 새로운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교육 과정을 내실화한다는 전략이다. 아이디어 제공단계부터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고급·전문인력의 중소·벤처기업 근무 의무화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현재 14% 수준인 고급·전문인력 비중을 2012년에는 28%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또 5개의 IT융복합인력양성센터를 기계·섬유·의료기기 등 IT융·복합이 기대되는 기타 산업으로 확대해 주력산업의 질적 고도화와 IT산업의 튼튼한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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