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탁류.
탁류......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물의 이미지로 연상시키는 맑음이나 깨끗함이 아닌 흐리고 알 수 없는 부유물들을 지닌 물이다. 동시에 대지를 기름지게 할 수 있는 풍요의 물이기도 하다. 심상치 않은 소설의 제목은 뭔가 의미심장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같은 이미지를 주었다, 그만큼 읽기 전의 기대도 컸고...... 그런 만큼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소설은 탁류였다, 탁류가 주위의 대지를 집어삼키며 쓸려가듯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한 여인의 삶이었다. 강물이 깊은 숲 속의 작고 맑은 샘에서 시작된 것처럼 순수하고 연약한 작은 여인 초봉으로 시작한 파란만장한 삶이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에까지 모독을 가할 만큼 잔인하고 어찌 보면 강인한 여인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강이 흐르듯 때로는 돌아가야만 하는 험한 골짜기에서 맴돌기도 하고 다른 지류와 합쳐져서 더 큰 힘을 얻기도 하고 하면서 강은 쉴새 없이 흘러간다. 여인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순수한 영혼으로 창조되어 세월의 풍파 속에 끝없는 시련과 고통을 겪고 흩뿌린 눈물만큼이나 강인해지고 스스로의 정신적 지주를 찾아 그를 의지로 살아가는 전형적인 우리 옛 여인의 모습이다. 어쩌면 소설 속 초봉의 역할은 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추구한, 소설에 담고자 했던 가치는 그런 것이었는지도...... 내가 느낄 수 있었던 소설 탁류는 그런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초봉은 너무도 순수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티없이 맑게 아무런 사념도 없이, 끊임없이 솟는 샘의 모습이다. 순수한 만큼 연약하고 이지적이지 못한 꿈꾸는 소녀의 모습...... 그런 그녀였기에 모든 불행이 시작된 것일런지도 모른다. 처음에 그녀가 자신의 주장을 뚜렷이 세우고 행동했더라면 마음에 없는 결혼은 애당초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고...... 하지만 그녀의 순수함을 탓하기엔 물은 너무 맑다. 어째서 낙엽 한 잎도 띄우지 않은 거냐고 물을 자격이 그녀보다 순수함을 먼저 잃은 사람에게는 없는 것이다. 물을 알지도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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