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가자 일본으로.’ 대한민국 SW 기업의 일본 시장을 향한 진군이 시작됐다. 국내 기업들에 세계 시장으로 가는 첫걸음은 바로 ‘일본’이다. 지리적인 이점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하는 IT 시장의 전망도 밝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전략도 내포됐다. 품질 기준은 까다롭고 신뢰 쌓기도 어렵지만, SW에 제값을 주는 문화와 한 번 쌓은 신뢰는 영원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 국내 기업들에는 매력적이기만 하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둬 중국으로, 미국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맺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과의 공동진출 그림도 그렸다. 국내 시장은 전 세계 SW 시장의 1.6%로 추정되고 있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한·중·일 시장이 단일 시장으로 형성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SW 시장이 될 수 있다. 이 시장에서 1등 기업은 곧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태헌 한일IT경영협의회장(이너비트 사장)은 “먼 미래에는 한·중·일 FTA가 체결될 것”이라며 “이는 곧 세계 최대 규모의 SW 단일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일 기업이 투자, 개발, 마케팅을 공동으로 진행하되, 1단계로 한일 기업이 자본이나 제품, 시장을 먼저 연합하고 중국 기업이 합류하는 형태의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 거쳐 세계 1등으로=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일본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일본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IT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외신으로 타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진출은 절체절명의 과제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패키지SW 시장이 100억원을 넘어서면 가격 출혈 경쟁이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RP·X인터넷 등 단일 기업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선 분야가 벌써 수두룩하다. 지난달 일본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향후 3년간 IT 분야에 3조엔(약 48조원)을 투자해 40만∼50만명의 고용을 신규 창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일본의 민간조사업체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일본 IT 아웃소싱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3조엔대를 돌파해 3조969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보안·치안·방재 관련시장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후지경제는 2011년 일본 보안·치안·방재 관련시장 규모는 8505억엔으로 2007년 대비 51%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SW 시장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은 하드웨어나 통신분야 등 SW를 제외한 IT 시장의 성장률은 마이너스거나 2∼3%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W만큼은 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에 이어 중국 시장을 공략하면 시장 규모는 대폭 커진다. 지난해 중국 SW 시장은 857억3800억위안으로 이 또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올해 중국 SW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1000억위안(약 20조원)에 이를 전망된다. 중국 투자자문사 사이디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SW 시장은 올해 지난해보다 16% 성장한 996억8000위안에 이를 예정이다. 한·중·일 삼각 편대만으로도 세계에서 최고의 시장이 가능해진다. 시장이 커야 표준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강자가 될 수 있다. 국내 SW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안착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까지 진출할 수 있다면 세계 시장에서 SW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공개SW 분야에서는 한·중·일 국장급 회담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SW 산업, 미래에는 일본 수출 대표 산업으로=앞서 일본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가 국내 기업들을 일본으로 끌어당겼다. 알서포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SW 기업은 매년 20억∼3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투비소프트는 일본 마더스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SW 기업들의 노력은 뜨겁다. 머리를 맞대기 위해 SW 기업들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모임도 만들었다. 2007년 8월 설립된 한일IT경영협의회가 그것이다. 이 모임은 국내 대표적인 패키지 SW 기업 25개사를 주축으로 일본의 일한IT경영협의회와 함께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협의회는 1차적으로 일본과의 공동 성공을, 2단계는 한·중·일에서의 공동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기업 CEO는 매달 정기 모임을 갖고 일본 시장 공략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일본 증권사 등과 제휴해 보다 빨리 일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수요처를 개척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 자본의 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했다. 현해탄을 건넌 한국 SW 업체들이 일본 열도를 발판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힘껏 도약하고 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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