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 몰아닥친 글로벌 경기침체가 전 세계 경제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혼란기에 기회로 활용해 새롭게 부상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수십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던 기업이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게 된다. 위기 상황에서 치고 나가는 기업은 누구일까. 전문가들은 창의·창조성을 갖춘 기업을 꼽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경제는 ‘산업경제(industrial economy)’에서 ‘지식경제(knowledge based economy)’를 거쳐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로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최근 정부의 창조기업 발굴 육성을 계기로 새롭게 대두된 ‘창조경제’의 개념부터, 특징, 주요 흐름, 대처방안 등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는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중산층 키우기 휴먼뉴딜’을 발표했다. 어젠다의 핵심에는 ‘1인 창조기업’이 포함됐다. 미래위는 1인 창조기업이 ‘창업촉진을 위해 중산층이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새로운 맞춤형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역사에 개인과 집단의 창의력에 무게를 둔 ‘창조경제시대’가 2009년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첫 시동을 걸었다. 세계 최초로 ‘창조 경제 시대’ 대응에 나선 것이다. ◇창조경제시대 개막=창조경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창조·창의성을 기반으로 지식경제에 비해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이다. 중심에는 개인의 창의력이 있다. 1인 창조기업이 강조되는 이유기도 하다. 대량생산 위주의 기술과 가격으로 승부하는 시장은 더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다수 인력으로 조직화된 기업들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세분화된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 개인 A·B·C의 다양한 요구를 개별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하기 위해 순발력에 기반을 둔 창의적 행동이 필수적이다. 환경의 변화도 창조경제시대를 성큼 다가오게 했다. 인터넷과 뉴미디어 등을 통해 누구든지 웬만한 정보를 언제·어디서나 구할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개인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과거 막대한 자본이 뒷받침돼야 했다는 것과는 큰 차이다. ◇구직이 아닌 창직(創職)=창조경제는 일자리와 신성장동력원 창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인의 창의적 재능과 기술을 집약적으로 활용한 지식자산에 가치를 더하는 경제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1인의 가치창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이 비즈니스로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세계인의 모바일 장터인 애플 앱스토어에서 대박을 터뜨린 게임개발사 엔플루토의 변해준씨와 전 직장 동료인 박재철씨 사례다. 이들이 업무 외 시간에 개발한 모바일 게임 ‘헤비메크’는 이달 초 애플 앱스토어 전체 다운로드 순위 5위까지 오르며 이미 수십만달러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이충렬 감독이 거의 혼자서 만들다시피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는 250만명의 관객을 동원, 독립영화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경신했다. 브랜드가 없더라도 창의성 중심의 아이디어가 시장에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창조경제는 노동·자본·기술에 추가로 창의성을 더한 것”이라고 정의하며 “기술을 만드는 기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창의성은 곧 경쟁력의 척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시대에는 ‘구직’이 직접 창의력을 바탕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창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형준·김준배·한세희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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