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가전 양판점 서킷시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살아남은 자들의 패권 다툼이 본격화됐다. 가전 유통 업계 리더인 베스트바이가 불황을 넘기 위한 전략 수립에 고심하는 가운데 미 전체 유통 시장 1인자인 월마트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파격적 할인 정책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월마트와 최근 신임 사령탑 임명으로 신선한 변화가 예상되는 베스트바이의 일전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킷시티 공백 누가 메우나=최근 미국 가전·IT 유통 시장의 2인자 서킷시티가 완전히 문을 닫음으로써 미 가전 유통 시장의 지형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특히 대형 사업자인 베스트바이와 월마트의 정면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베스트바이가 서킷시티의 시장 점유율 중 절반 가량을 뺏어오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타깃·라디오섁·시어스 등과 월마트가 나머지를 가져갈 것이라는 계산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마트가 기존에 선택의 폭이 좁았던 주요 브랜드 TV와 비디오게임, 휴대폰 등의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월마트 가전 브랜드 매출은 5.1%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라큐라인에 따르면 여전히 가전 분야에서 베스트바이가 월마트를 앞지르고 있지만 평판TV 등 몇몇 항목에서 월마트의 선전이 위협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베스트바이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6.5% 감소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베스트바이의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최악의 경우 매출이 2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객 밀착형 서비스로 승부거는 베스트바이=이처럼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도 베스트바이는 최근 월마트를 겨냥한 공격적 전략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베스트바이 혁신의 중심에는 오는 6월부터 브래드 앤더슨 CEO를 이어 새롭게 회사를 이끌어나갈 브라이언 던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있다. 24년간 베스트바이에서 잔뼈가 굵은 던 COO가 내세운 슬로건은 ‘월마트가 줄 수 없는 것을 제공한다’이다. 첨단 가전·IT 제품에 대한 고객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양방향 전시장(interactive showroom)’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양방향성을 살린 매장 운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제품 판매의 최일선에 배치된 매장 직원들이라는게 던 COO의 철학이다. 최근 월마트 신규 매장을 방문한 던 COO는 “월마트가 베스트바이를 베끼려 하지만 서비스로 무장한 매장 직원은 따라할 수 없다”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베스트바이는 최근 틈새 시장 공략을 위해 휴대폰에 특화한 소형 매장인 ‘베스트바이모바일’을 선보이는가 하면 중고 아이폰 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공룡 월마트, ‘할인 정책은 계속된다’=반면 가전 시장에서 월마트의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가격이다. 미국발 경제 위기 이후 가전 전문점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소니 등이 최근 월마트에서 LCD TV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월마트는 가전 외에 다양한 여타 상품으로 촉수를 뻗어가고 있다. 1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월마트가 독자 브랜드(Private Label)인 ‘그레이트밸류(Great Value)’를 독자적 식품 및 가구 브랜드로 재출범한다고 보도했다. 드보라 웨인스위그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이번 재론칭으로 월마트가 향후 3년 내 미 식품 업계에서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그레이트밸류의 식료품 가격은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월마트는 또 올 가을 미국에 중남미 고객을 겨냥한 일명 ‘히스패닉’ 전용 매장을 열기로 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나섰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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