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지 더 팔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판매량을 조절하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PC 담당자의 얘기다. 시장이 꽁꽁 얼었지만 오히려 판매 대수를 조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소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바로 미니 노트북PC로 불리는 ‘넷북’ 때문이다. 넷북이 꽁꽁 언 노트북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나치게 ‘착한’ 가격으로 전체 노트북PC 가격을 낮춰 오히려 PC산업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넷북의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반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시장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마땅한 ‘효자상품’이 없었던 PC시장에도 가물에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넷북은 ‘작지만 강하다’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제품이다.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 ‘가격’이다. 출시 당시 가격이 60만원대였다. 최근에는 다소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인터넷몰 등에서 50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통신사업자가 진행하는 할인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40만원대에도 장만할 수 있다. 일반 저가 노트북이 90만∼100만원대인 점에 비하면 분명 매력적이다. 좀 과장해 노트북PC 한 대 가격으로 두 대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착한 가격의 비결은 노트북 크기를 10인치 이하로 줄이고 필요한 기능만 담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진 데는 인텔 저가 프로세서 ‘아톰’도 크게 기여했다. 흔히 프로세서(CPU)는 운용체계(OS)와 함께 노트북PC 제조원가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가 프로세서로 속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문서 작성, 웹 서핑, 영화 감상 등 어지간한 작업은 척척 해낸다. 1㎏ 남짓한 무게는 휴대하기도 더할 나위 없이 편해 세컨드 노트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김남용 삼성전자 부장은 “무게·가격·성능이라는 삼박자가 제대로 어우러진 제품”이라며 “PC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한번쯤 눈을 돌릴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넷북을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 최적화한 점도 주효했다. 넷북이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데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서비스의 공이 컸다. 넷북과 와이브로 모두 ‘이동성’이라는 공통점이 맞물리면서 시너지를 낸 것이다. 실제로 와이브로 신규 가입자 중 반수 이상이 넷북을 함께 구매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KT 와이브로 신규 가입자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넷북과 결합한 상품을 선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넷북은 10만∼12만대 수준. 전체 노트북의 9∼10% 규모다. 2008년 3분기에 본격적으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넷북은 전체 노트북P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델을 시작으로 삼성전자·HP 등이 12인치급 넷북을 선보이는 등 일반 저가 노트북까지 잠식하면서 시장 자체가 확연히 넓어지는 추세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와 아수스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삼보컴퓨터·LG전자·델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아직 시장이 꽃피는 단계로 선두권이 큰 의미가 없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무기로 삼성전자가 올해에도 넷북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라인업 확대 등 넷북 사업에 총력을 기우려 삼성과의 진짜 승부가 불가피하다. 주요 업체는 이미 2009년형 모델을 내놓고 ‘수요 몰이’를 시작했다. 2009년형 넷북은 디자인과 색상이 더욱 화려해졌다. 화면 크기와 배터리 지속 시간 등에서 경쟁 제품과 차별을 시도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소비자 시각에서는 더욱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라인업을 확대하고 가격을 더 낮추며 배터리 성능을 높인 ‘간판 선수’를 앞세운 ‘넷북 2라운드 경쟁’이 막이 올랐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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