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 확대를 놓고 이를 강력히 주장하는 보건복지가족부·일부 시민단체와 산업육성 논리를 내세운 방송통신위원회·방송업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1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복지부는 TV방송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를 기존의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를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로 확대하는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방통위와 방송업계, 특히 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조치이며 신성장분야로 꼽히는 방송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연말까지 부처협의·총리실 중재에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이달 말부터 방통위·복지부의 차관급 관련 협의가 재개될 예정이어서 치열한 논리 공방이 예상된다. ◇오후 10시부터 12시는 프라임타임=입법안이 통과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오후 10시에 공포, 액션, 성인물의 다수가 전파를 탈 수 없게 된다. PP들은 19세 등급 콘텐츠가 전파를 탈 수 있는 시간이 줄 경우, 업체 손실과 함께 전체 방송산업의 위축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PP업계 고위 관계자는 “오후 10시부터 12시는 단순 두 시간이 아니라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이라며 “광고영업의 대부분이 이 시간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콘텐츠가 제한받는다면 업계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오전에 일부 보호시간대를 축소할 수는 있지만 심야시간의 청소년 보호시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소년 보호냐, 신산업 육성이냐=복지부는 개정안의 취지가 ‘단 한명의 청소년이라도 보호해야 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고 밝혔다. 일단은 보호시간대를 확대해 보고 이후 나타나는 문제들은 추후 보완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방통위 관계자는 “교통사고가 늘어나면, 이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고 신호체계를 개선해야지 차량 이동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가 성장산업인 방송분야, 콘텐츠 육성에 대한 부분을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일본 등 해외 사례에서도 대부분 보호 시간대가 자율심의와 사후규제로 적용되고 있다. 미국은 청소년 보호 시간대(오전 6시∼오후 10시)를 두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을 통해 개별 방송사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신 사후규제를 통해 벌금, 경고, 면허취소 등을 할 수 있도록했다. 일본은 ‘어린이 배려 시간대(오후 5시∼9시)’를 권고하지만 법률로 청소년 보호시간대를 두고 있지는 않다. ◇수신제한장치 등 기술적인 해법은=업계에서는 디지털TV의 경우 사용자가 시청등급 제한을 설정하면 등급에 맞지않는 프로그램을 차단할 수 있는 등 충분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신제한장치(CAS)를 통하면 유료방송 시스템에서 가입고객만 선별해 콘텐츠를 보게 하거나 제어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시청연령 제한 법안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V칩’을 13인치 이상의 TV에 의무 설치토록 했다. V칩은 TV에 삽입해 방송등급에 따라 시청을 제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디지털TV 보급이 확산되는 추세이고 CAS와 V칩 등의 신기술로도 청소년 시청자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국가 방송산업의 성장성과 성인의 볼권리까지 두루 고려한 합리적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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