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둔화,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출범 10년을 맞은 유로존 경제도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맞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중순 올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1.9% 줄어들며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당초 전년대비 0.1% 성장할 것으로 봤던 전망을 석달만에 내려잡은 것이다. 실업률은 크게 높아져 9.3%에 달하고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 대비 1.7%에서 올해 4%, 내년에는 4.4%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27개 EU 회원국 전체로 보면 마이너스 1.8%의 경제성장률이 예측됐다. 특히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이 2003년(-0.2%), 프랑스가 1993년(-0.9%), 영국은 1991년(-1.4%) 이후 각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어 상황의 긴박함과 시급성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과 경기침체 심화가 예상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범유럽 차원의 공조전략화 함께 각국의 경기부양책도 잇따라 발표됐다.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의 필요성은 최근 금융경색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강력히 대두됐다. 이는 앞서 지난해 10월 이후 ECB와 영란은행의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와 정책금리간 스프레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서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27개국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역내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인 2000억 유로(약 360조 580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영국·독일·프랑스 등 개별 국가들도 국내총생산(GDP)의 1.0∼1.4% 규모의 자체 부양책을 마련하고 인프라 투자확대를 비롯해 부가세 등 세율조정, 직업훈련 강화 및 기업의 감가상각제도 개선, 주거안정 및 자동차 산업 지원 등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에 따른 과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정책실행 과정에서 재정수지 적자의 심화, 회원국간 정책공조 결여, 강력한 재정정책의 추진의 어려움, 국채발행 급증에 따른 부작용 등이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재정수지 적자 심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로 많은 EU 회원국들의 재정수지가 크게 악화되면서 EU 안정성장협약(SGP)의 재정준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GP는 재정적자는 GDP 대비 3% 이내, 정부부채는 GDP 대비 60% 이내로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이 제기되자 EU집행위는 일시적으로 재정준칙 이행의무의 예외(특별한 사건 또는 심각한 경기하강 발생시)를 인정해주기로 결정했지만 이 역시 오히려 재정 적자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는 상황이다. EU 회원국간 정책공조 결여도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영국은 경기부양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가세 인하, 재정지출 확대 등 공조 대응을 주장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부가세 인하에 소극적이고 독일은 두 가지 방안에 모두 반대하는 등 구체적인 추진전략에서는 입장차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영국은 경상수지가 적자인 상황에도 재정지출을 늘리는 국가들과 형평성을 고려해 경상수지 흑자국인 독일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독일은 자국의 저축률이 높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늘려도 소비진작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독일 재무장관은 영국의 부양책을 두고 ‘어리석은 케인즈주의(crass Keynesianism)’라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유럽은 각국의 재정정책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통합기구가 없는데다 EU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부양책도 각국이 자율적으로 실행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이뤄질지 의문을 던지는 시선도 있다. 또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원조달을 위해 국채 발행량이 크게 늘어날 경우 발생하는 이자 상환부담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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