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공업체와 인터넷서비스업체(ISP)간 해묵은 논쟁거리인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 다시 미 인터넷 업계와 정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구글이 ISP의 망중립성 준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케이블 사업자인 콕스커뮤니케이션스가 특정 트래픽에 대한 차별화 정책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새 수장인 줄리어스 제나초프스키 의장이 망중립성의 신봉자인 것을 고려할 때 이같은 움직임은 새 행정부의 인터넷 정책에도 적지않은 자극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글, 미·유럽 서버 조사착수=인터넷 상의 모든 콘텐츠에 대해 동일한 속도와 품질을 보장한다는 ‘망중립성’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옹호 입장을 견지했던 구글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자처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터넷의 아버지’인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구글은 미국과 유럽의 12개 지역에 설치된 36개 서버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연구원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블로그에서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들은 그 원인이 ISP에 있는지, 또는 애플리케이션이나 PC 자체에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이번 조사는 이같은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이같은 방침은 지난해 구글이 주요 ISP와 자사 콘텐츠 서비스 향상을 위한 일명 ‘고속 전송로’ 개설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이후 공개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시 구글은 이 보도에 대해 ‘단순히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캐싱 기술의 일종일 뿐”이라고 강력히 반발했었다. ◇콕스, 트래픽 차별화 선언=이러한 상황에서 케이블 사업자인 콕스커뮤니케이션스가 논쟁을 격화시킬 정책 변경을 단행했다. 외신은 콕스가 응답 시간에 민감한 웹 페이지 검색이나 비디오 스트리밍 트래픽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정책을 개시한다고 전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반응 속도에 구애받지 않는 파일 업로드나 P2P 파일 공유 등의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콕스 측은 “새 정책이 특정 콘텐츠 제공자를 차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망중립성 옹호자들의 회의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망중립성을 옹호하는 ‘프리프레스’의 벤 스캇 정책국장은 “컴캐스트의 사례에서 입증된 것처럼 이용자와 인터넷 사이에 개입하는 어떠한 원칙에 대해서도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 움직임 예의주시=인터넷 사업자들은 새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수년간 ISP들은 사용자 편의성을 앞세워 늘어나는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율 작업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구글 등 콘텐츠제공업체들은 ISP들의 트래픽 관리가 특정 콘텐츠에 대한 차별을 초래한다며 우려를 표시해왔다. 특히 지난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컴캐스트의 파일 공유 서비스 사용 제한에 대해 인터넷 개방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제재를 가한 이후 논쟁은 가열됐다. 컴캐스트는 FCC의 제재에 대해 항소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이번 구글과 콕스의 구체적인 행보가 망중립성의 강력한 지지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줄리어스 제나초프스키 FCC의장의 새로운 정책 시행에 최초의 자극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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