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소설에는 모든 작가의 경우 필연적으로 자전적 요소가 투영되게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자전적인 요소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이라고 지칭되는 그는 다른 어떤 작가보다도 소설 속의 인물과 작가를 겹쳐서 읽을 여지를 많이 남겨 놓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나목]이나 [목마른 계절] 그리고 [엄마의 말뚝] 시리즈나 단편 [조그만 체험기]등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그대로 녹아 들어 있는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개인사를 털어놓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가의 ‘천의무봉’한 문체 역시 이러한 착각을 더욱 부추기는 데 일조를 한다. 박완서는 불혹의 나이에 탁월한 분단소설 으로 문단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 소설계의 우람한 거봉 하나를 이룬 작가이다. 활달하고 개성적인 스타일로 물신주의와 분단의 상처, 여성적 삶의 상처, 근대사의 질곡 등 다채롭고 의미있는 우리 사회의 국면들을 예각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성공을 거둔 그의 소설은 우리 문학의 한 수준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어떤 이야기감이든 그는 나름의 스타일로 더 이상 손볼 필요 없을 정도의 소설적 형상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흔히 그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작가`로 불린다. 박완서 문학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대개의 경우 서평 형식의 작품해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 박완서 소설 속에 내재된 현실비판의식과 소시민적 삶에 고발에 집중하면서 박완서의 비판의식을 중심으로 그의 소설에 접근해 가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연구하는 학위논문들도 다수 쓰여지고 있다. 그동안 박완서가 나타낸 소설의 세계는 6 25이후 분단으로 인한 상처와 황폐한 삶의 모습, 본격적인 산업화 사회로 전환되며 나타난 우리 사회의 물신주의 및 속물근성에 대한 비판, 그리고 여성들의 억압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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