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통위원장이 21일 “(KT-KTF 합병이) 사실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두 회사의 합병 자체에 긍정적인 생각임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은 20일 이석채 KT 신임사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말한 ‘합병이 뭐가 문제인지 이야기해 달라’는 표현과 그대로 닮았다. 이와는 달리 이날 SKT와 SK브로드밴드 사장이 합병에 반대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가진 21일 KT와 KTF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신청서를 제출, 합병 공방이 한층 가열됐다. ◇SKT·SK브로드밴드 “합병 허용 절대 안돼”=SKT와 SK브로드밴드는 21일 방통위에 KT-KTF 합병을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건의문을 제출하고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반대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정만원 SKT 사장은 “합병하면 전체 통신시장 및 통신자원을 KT가 독식하게 돼 경쟁이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라며 “보유한 필수 설비를 통해 KT의 기존 유선시장 독점력이 더욱 고착화될 뿐만 아니라 이동전화시장으로까지 지배력이 전이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사장은 “이동통신 품질과 요금 등 본원적 경쟁은 사라지고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 경쟁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장독점에 의한 경쟁감소로 인해 요금인하 유인이 저하돼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수설비를 공용화하면 합병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사장은 “지금은 합병 조건을 말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도 “시내망 분리 여부가 합병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LG 통신 3사 “공정경쟁 등 조건 전제돼야”=LGT와 LG데이콤, LG파워콤도 이날 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의 폐해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경쟁이 제한되면 소비자 편익 저해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LGT 등은 “KT 진영은 유선시장 시장점유율 90%를 비롯해 4300만명의 가입자가 있다”며 “유무선 통신은 물론 방송시장까지 지배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말기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 확대로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을 축소시켜 소비자 편익을 침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T 등은 그러나 합병이 불가피할 경우 △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 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단말기 보조금 법적 금지 △ 와이브로 및 HSDPA망 재판매 의무화 △ 주파수 재배치 제한 △ KT의 보편적 역무손실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분담 폐지 △ 시내 가입자망 분리 △ 결합상품 판매 규제 등의 단서 조건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 사업자 “소비자 피해 우려”=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도 이날 합병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협회는 “전주· 관로 등 통신시장 필수기반 설비와 유선시장 독점의 거대통신사 출현은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공정경쟁 환경을 급격히 저해할뿐 아니라 독과점의 폐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합병은 통신시장의 독점 문제 뿐 아니라 IPTV 본격 출범에 따른 방송 인프라의 장악이라는 재앙으로까지 귀결될 것”이라며 정책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KT “글로벌 경쟁을 위해 불가피”=KT는 경쟁사업자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했다. KT는 이날 “ SKT가 KT의 1.5배, KTF의 4.9배 영업이익을 실현하고 있는데다 유무선 통합시장에서 SKT 결합군의 영향력이 이미 50%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KTF 합병으로 인한 독점적 지배력 강화 주장에 대해 일축했다. KT는 KTF 합병과 시내망 분리는 원칙적으로 상호 무관한 사항이라며 필수 설비 개방 제도가 있음에도 KT에 대한 관로 수요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설비 이용 환경이 충분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석채 사장은 “합병은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수용,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라면서 “경쟁사업자가 소모적 경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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