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계가 올해 투자 목표를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량 늘려 잡았다. 지속되는 경기 악화 등으로 기업 가치가 실제보다 크게 떨어져 이제는 투자할 때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본격화하게 되면 벤처 기업 전반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투자 열기도 고조되는 동반 상승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자신문이 스틱인베스트먼트·한국기술투자·LB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6개 벤처캐피털업체의 2009년 투자계획을 파악한 결과, 이들의 총 투자 목표치는 약 74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5%가량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투자 목표치 확대에는 신성장동력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과 함께 기업의 대대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투자 유망처 증가의 기대감이 작용했다. 여기에 경기 급랭으로 기업 가치(밸류)가 크게 내려간 것도 투자 호기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벤처투자도 2∼5년 후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감안할 때 투자 적기를 하강기로 꼽고 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지난해 펀드가 많이 만들어지고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올해도 정부 지원으로 펀드가 많이 결성될 예정”이라며 투자 확대가능성을 제시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 3000억원가량의 투자여력을 보유한 가운데 2000억원 정도 자금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 급랭에 따라 200억원의 투자만 이뤄지는 등 총 800억원 투자에 그친 것을 감안할 때 크게 늘어난 수치다. 최병원 사장은 “분기별로 500억원씩 나눠 집행한다는 목표”라며 “분야에 상관없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면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인수합병(M&A)에 나서는 회사에 100억원 이상 큰 폭의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술투자는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올해 2500억원 규모의 투자 목표를 잡았다.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회사는 올해 해외자금과 정부 지원자금을 매칭으로 펀드를 결성, 국내외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외에 바이오·IT·인터넷 분야의 저평가된 기업을 주 투자대상으로 꼽았다. LB인베스트먼트는 정부 중점 지원분야인 IT·환경·에너지에 벤처투자 425억원, 기업구조조정(CRC) 투자 1000억원 등 총 1425억원을 투자목표로 책정했다. 김윤권 이사는 “올해 경기침체가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회사가치 조정기를 거친 후 투자 호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해 분기별로 투자를 신축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잠정적으로 지난해(633억원)보다 10% 늘어난 700억원의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회사는 하반기 중·대형 사모펀드(PEF) 투자를 위한 조직(투자2본주)을 신설해 연내 투자할 예정이다. 백여현 사장은 “신성장산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린기술과 노령화 사회에 대비한 바이오·무선인터넷솔루션 등을 주요 투자분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TB네트워크 벤처투자 자회사인 KTB캐피탈은 1000억원의 투자여력을 보유한 가운데 지난해(700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500억∼700억원을 헬스케어·바이오·대체에너지·환경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KT와 4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뉴미디어펀드’를 결성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올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투자 예상규모는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200억원 수준으로 IT·디지털콘텐츠·모바일컨버전스 분야를 주 투자처로 거론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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