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감성을 사로잡는 아트비즈니스(Art business)가 뜬다. 예술을 마케팅 도구로 삼는 차원을 넘어 기업문화에 창의적 감성을 더하고 새 사업모델을 만들 정도다. 많은 CEO들은 도저히 차별화가 안되는 기존 사업구조에 감성을 매개로 한 아트비즈니스를 더할 때 의외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남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여기가 클린룸 회사 맞나요.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클린룸 전문업체 HNC(대표 임재영)의 경기도 파주 연구소를 처음 온 사람들은 하나 같이 충격을 받는다. 영락없는 고급 갤러리 화랑의 모습이 때문이다. 연구동 전체에 200여점의 회화, 조각, 설치미술 작품들이 전시됐다. 수십억원을 들였다. HNC는 클린룸시장에서 5위권, 연매출 300억∼4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수년간 매출이 더 늘지 않자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고 고심해왔다. 돌파구로 찾은 분야는 뜻밖에도 예술전시회를 기획하고 전시공간을 꾸미는 아트비즈니스였다. 임재영 사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전을 주최하는 예술기획사 ‘AAW’를 인수했다. 공조설비를 만드는 회사(HNC)와 미술 전시회를 기획하는 회사(AAW)가 합쳐져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임재영 사장은 “클린룸이든 미술전시장이든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창조한다는 기본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클린룸에 들어가는 항온항습기술을 이용하면 예술작품을 훨씬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작품의 성격에 따라 방의 조명과 온도, 바람, 향기 등을 조절하며, 새 전시공간도 만든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이 정도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HNC는 지난주 괌의 120억원 규모 쇼핑몰의 인테리어 공사를 따냈다. 파주 연구소를 방문한 고객이 HNC의 건설팀이 면세점 쇼핑고객들의 섬세한 감성을 잘 이해할 것 같다면서 선뜻 공사를 맡겼다. 공조설비 전문기업이란 딱지를 달고선 꿈도 못꿀 일이다. 조직문화에 감성이 더해졌다. HNC 직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하는 예술가의 작품을 보며 업무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졌다. 요즘 HNC의 공조설비들은 중소기업답지 않게 디자인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사장은 반도체 공장에 공조설비를 설계, 시공할 때도 예술을 가미한 창의적 조직문화가 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임사장의 예술경영론에 반발도 많았다. ‘그림 사모을 돈 있으면 공장설비부터 바꿉시다’는 식이었다. 2년이 지나 회사 분위기는 180도로 달라졌다. 기업에 대한 프라이드는 최고 수준이다. 직원들의 자발적 업무혁신도 활발했다. 연구동 갤러리 한편에는 직원들이 직접 만든 예술작품도 당당하게 전시됐다. 임사장은 지난달 팀장급 직원 15명을 이끌고 뉴욕의 미술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아트비즈니스에 뛰어든 모든 기업들이 HNC와 같은 전략적 비전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단지 예술작품의 가격이 해마다 오르니 투자목적으로 뛰어들거나 기업이미지를 유지하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상류층 인사들과 교분을 쌓는 사교 수단이기도 하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감성’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기업경영에서 기술보다 감성이 앞서는 시대다. 창의적 기업문화나 새 사업모델을 만들 때 예술이 힘이 작용한다. LG전자는 자사 가전제품을 세계적인 명화 속에 노출시키는 아트마케팅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인상을 심는데 성공했다. 효성그룹은 최근 아트 비즈니스 부서를 신설하고 300억원 규모의 아트펀드를 운영한다. 갤러리를 만든 기업수도 크게 늘고 있다. 임 사장은 아트비즈니스가 단순한 디자인 차별화보다 훨씬 상위의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수십년씩 한우물을 파는 일본식 장인정신을 칭찬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가 이런 일본제조업의 경쟁력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우리 기업이 앞서려면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꼭 필요해요.”그는 중소기업 CEO로써 성장의 한계를 느낄 때 한발 물러나 다른 차원에서 기업경영을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래서 찾은 블루오션이 아트비지니스였다. 비록 어려운 때일지라도 기업하는 사람은 예술에 대한 관심을 항시 열어놓아야 한다. 사무실 복도에 건 예술작품을 보면서 불황을 극복할 멋진 아이디어가 갑자기 나올 수도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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