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로 가는 길
저 자 배리 M. 헤이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97년의 외환위기는 잘못되고 미비한 제도에 의해 야기된 현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각종 제도와 법, 관행, 정부정책 등을 효율적인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법치라는 용어가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에 의한 지배(人治)가 법 제도에 의한 지배(法治)보다 선호되어 왔다. 그러나 인치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갖고 있다. 우선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사회와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지역적으로나 분야면에서 그 연계성이 증가하여 사회나 경제는 이제 인치가 가능한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치는 지배의 투명성과 일관성,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배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때와 장소와 지배대상에 따라 지배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들로 인해 인치는 복잡한 현대적 시장경제를 규율하는 장치로서 적합하지 못하며, 법치에 비해 더 높은 거래비용을 초래하고 나라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배리 헤이거(Barry M. Hager)가 쓴 “법치로 가는 길”(The Rule of Law A Lexicon for Policy Makers, 좌승희 옮김)은 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소가 필요한지, 각각의 요소에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그리고 각 요소의 법적, 역사적 전례는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저자는 법치요건으로 9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로 입헌주의를 들고 있다. 헌법이 국가의 기본질서로서 얼마나 잘 기능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헌법이 민주주의의 장식품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을 정도이다. 예컨대, 정부는 시장경제를 국정운영 지표로 내걸고 있지만 우리 헌법의 경제부문이 얼마나 시장경제의 원칙에 부합되는 지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로 법이 정부를 지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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