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네할렘(Nehalem)’으로 컴퓨팅 환경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네할렘에 기반한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가 전력 소모량 증가 없이도 비디오 편집·몰입형 게임 등 인터넷·컴퓨터 작업 속도를 최대 40% 이상 높였다. 네할렘은 기존 마이크로 아키텍처 대비 성능·에너지 효율성·확장성 등에서 신기원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네할렘이란 이름은 인텔 연구소가 있는 오리건주에 있는 네헤일럼시에서 따왔다. 네할렘은 이전 마이크로 아키텍처와 비교해 여러모로 차별화한 기능을 구현했다. 눈에 띄는 게 메모리 컨트롤러를 프로세서에 내장했다는 점이다.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메모리 접근 속도를 높였다. 프로세서의 수에 따라 메모리의 최대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데이터 처리 지연 시간을 줄이고 높은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다. 프로세서가 메모리 컨트롤러 기능을 흡수하면서 앞으로 칩세트의 역할은 축소될 전망이다. 실제로 인텔은 프로세서에 많은 칩세트 기능을 담겠다고 밝혔다. 네할렘의 또 다른 특징은 데이터를 옮기는 통로(Front Side Bus)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반도체 설계에서 FSB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컨트롤러·메모리·I/O를 연결하는 단 하나의 데이터 라인이었다.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모든 데이터가 기존 FSB에 몰리면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텔은 FSB를 대신해 ‘퀵패스 인터커넥터(QPI:QuickPath Interconnect)’를 적용했다. 인텔은 QPI와 내장된 3채널 메모리 컨트롤러로 데이터 전송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QPI’가 명령과 데이터를 프로세서에 빠르게 전달, 병목 문제를 해결했다. ‘동시멀티스레딩(Simultaneous Multi-Threading)’이란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인텔은 8세대인 코어 마이크로로 아키텍처에서 뺐던 ‘하이퍼 스레딩(HT)’ 기술을 ‘동시멀티스레딩’으로 한 단계 향상해 부활시켰다. ‘동시멀티스레딩’ 기술은 프로세서 코어당 두 개의 스레드를 동시에 실행, 마치 두 개의 코어를 사용하는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쿼더 코어 프로세서에선 8개, 듀얼 쿼드 코어 프로세서에선 16개의 스레드를 동시에 실행한다. ‘동시멀티스레딩’ 기술은 아주 적은 전력 비용만으로 성능을 20∼30% 높여준다. 전력 비용에 제약을 받는 컴퓨팅 환경에서 완벽한 기술인 셈이다. 특히 ‘동시멀티스레딩’ 기술은 코어 수를 늘리는 것에 비해 제조 단가를 낮추고 전력 소모까지 줄이는 일석 이조의 효과가 있다. 스마트 캐시 기능도 강화했다. 네할렘은 L3 캐시(최대 크기 8MB)를 새롭게 도입했다. 기존 코어 마이크로 아키텍처에서는 L1 캐시를 개별 코어들이 독립 사용하고 L2 캐시를 공유하도록 했다. 네할렘엔 L1 캐시와 L2 캐시를 독립 사용하고 L3 캐시를 모든 코어가 공유하도록 했다. 프로세서 코어의 트래픽과 검색 대기 시간을 줄였다. 프로세서별 캐시를 동기화할 필요도 없어져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성능이 올라간 것에 비해 발열이나 전력소모는 그다지 크게 늘지 않는다. 네할렘은 L3 캐시를 도입하면서 칩패키징 구조도 바꿨다. 하나의 다이에 네 개의 코어를 모두 탑재하고 이를 L3 캐시로 묶는 ‘네이티브’ 쿼드 코어 프로세서 구조로 전환했다. 인텔의 기존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두 개의 칩을 하나의 프로세서로 패키징한 형태였다. 두 개의 칩엔 독립적인 코어와 캐시가 있고 FSB를 이용해 연결하는 형태였다. 네할렘은 기존 모바일 플랫폼에 쓴 동적 소비전력 관리 기능인 ‘터보 부스트(turbo boost)’ 기능도 개선했다. ‘터보 부스트’란 쓰지 않는 코어를 대기 상태로 만들어 전력 소모를 줄이고 준 전력을 작동 중인 다른 코어로 전환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동일한 소비 전력에서 싱글 스레드 애플리케이션은 1.1∼1.25배, 멀티 스레드는 1.2∼2배의 성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 예전 듀얼 코어 기반에선 싱글 스레드 프로그램 작동 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두 개의 코어를 모두 작동, 전력이 필요 이상으로 소비되는 단점이 있었다. 인텔은 이 밖에 네할렘에 프로세서가 분기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하지 않고 명령을 가져와 실행하는 기능(2 레벨 BTB) 등도 구현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해마다 새 공정기술(TicK) 또는 완전히 새로운 마이크로 아키텍처(Tock)를 제공하는 ‘틱톡(Tick-Tock)’ 전략에서 네할렘은 ‘톡’ 단계에 해당된다”며 “단순히 프로세서 구조만 바꾼 게 아니라 시스템 디자인을 전체를 새롭게 정의했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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