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溪의 四端七情論
金 基 鉉
Ⅰ. 들어가는 말
퇴계 이황(1501∼1570)의 四段七情說은 그의 도덕적 인간학의 중심 이론이요, 동시에 실천 과제에 해당된다. 나아가 그가 高峰 奇大升 (1527∼1572)과 8년 여에 걸쳐 나눈 사단칠정 논변은 그 이후 조선조 성리학의 학문 조류를 형성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그것은 한국 철학 사상 중 하나의 커다란 좌표적 의의를 갖는다. 윤사순 교수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은(퇴계의 사칠론을 말함) 비록 心性說의 한정된 부분에서나마 한국의 성리학으로 하여금 당시 중국 성리학 수준을 능가하게 하였다는 점에 뜻이 있으며, 이 논구를 계기로 한국 성리학계에 문제 중심의 독자적인 학파가 비로소 형성되었다는 점에도 뜻이 있다.”1)
그런데 퇴계의 사단칠정설을 명료하게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몇 가지 이유를 갖는다. 첫째 孔·孟의 원시 유학 또는 사서오경상에는 그 의미가 명백했으나, 성리학의 추상적 관념 체계 속에 편입되면서 해석과 논쟁의 여지를 많이 갖게 된 저 관념을 우리가 쉽게 정리하기 어렵다는 데에 遠因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성리학 전반에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그것은 각 개념의 명료화 작업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퇴계와 고봉 사이의 그 논변을 우리가 ‘가닥 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 학자간에 오간 편지들을 한참 읽노라면 십중팔구 겪게 되는 오리무중의 당혹감은 필자만의 체험은 아닐 것이다. 이는 그들이 전개하는 이론이 어려워서만은 아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양자간 지극히 구체적인 감정을 지극히 추상적인 관념으로 해명하려 함으로써 그의 실상과는 괴리된 ‘말의 숨바꼭질’이 심하다는 데에 더욱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 이 점이 그들 주장의 차이를 분명하게 헤아리기 어렵게 만든다. 그들의 의견의 차이점들은 양자간 언어 표현상의 논란 가운데 은연중 호도되고 있으며, 한편 사실상 인식의 차이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조차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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