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텔레비전 카메라가 매일같이 보여준 최초의 전쟁, 즉 미국이 개시한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머나먼 곳을 상세히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통해서 죽음과 파괴의 모습이 가정의 코앞에까지 찾아들어 왔다. 그때 이래로, 발생할 때마다 곧바로 필름에 담겨지게 된 각종 전투와 대량 학살은 정기적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올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작은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곳곳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극적인 사건들에 노출된 시청자들이 어떤 분쟁을 중요하다고 의식하도록 만들려면 이제는 그 분쟁을 다룬 단편적인 필름들을 일상적으로 확산시키고 또 확산시켜야 될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날,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들이 가져다주는 충격을 통해서 전쟁을 이해한다.
어떤 것은(다른 먼 곳에 떨어진 채, 그 어떤 것을 ‘뉴스’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사진을 통해서 현실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직접 겪고 있는 재앙이 그 재앙을 담은 표상만큼이나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때도 간혹 있을 것이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당했을 때 그 건물에서 간신히 피해 나왔던 사람들이나 근처에서 그 장면을 그대로 봤던 사람들은 처음 그 공습을 설명하면서 “믿을 수 없다”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영화 같다”라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 할리우드 재앙 영화가 만들어진 지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결국 어떤 재앙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자신이 짧은 시간 동안 겪었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재앙을 “마치 꿈처럼 느껴져요”라는 말 대신에 “마치 영화처럼 느껴져요”라는 말로 표현하는 상황이 닥쳤다.)
𠍚년대의 2 4분기에 발발한 스페인 내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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