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명숙 선택
‘마미트랙’이라는 말이 있지요 일하는 엄마들이 육아 때문에 고위직을 향한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나 예측 가능한 근무 시간, 덜 책임지는 낮은 직책에 만족하게 되는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이 트랙은 낮은 지위와 저임금이 더 많은 육아와 가사 책임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십상이지요. (중략) 가부장 사회에서는 ‘일하는 엄마’ 그 자체가 모순입니다. 엄마는 집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집안에서 아이를 돌보고 가사를 담당하며 모든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제공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그 규정을 어겼으니 집과 직장 모두에서 갖가지 ‘처벌’이 따르는 것이지요.
유명한 여성주의 신학자 캐롤 크리스트는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자아의 결여, 권력의 결여, 가치의 결여가 여성들에게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ness’으로 경험하게 한다고 갈파했었지요. 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상태를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여성들은 많은 일상적인 문제들 앞에서 스스로 무력하다고 생각해 정당한 분노를 느껴야 하는 상황에서도 위축되거나 합리화시키거나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요.
같은 ‘독신자’란 단어라도 남성인 `bachelor`는 독립적이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며 성적으로 자유롭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데 반해 여성인 `spinster`는 추하고 성적 매력이 없으며 좌절감에 빠져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차별적 언어현실에 주목했지요. 한국어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남녀, 부부, 자녀처럼 양성을 조합한 단어에서는 으레 남성이 앞에 배치되고 가장, 주부(주인의 아내), 집사람, 내조, 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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