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설화(龜兎說話)
작자 미상
옛날에 동해 용왕의 딸이 병이 들어 앓고 있었다. 의원의 말이 토끼의 간을 얻어서 약을 지어 먹으면 능히 나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바다 속에는 토끼가 없으므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이 때 한 거북이가 용왕에게 아뢰기를,
“내가 능히 토끼의 간을 얻어 올 것입니다.”
하고, 드디어 육지로 올라가서 토끼를 만나 말하기를,
“바다 속에 한 섬이 있는데, 샘물이 맑아 돌도 깨끗하고, 숲이 우거져 좋은 과일도 많이 열리고, 춥지도 덥지도 않고, 매나 독수리와 같은 것들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곳이다. 만약, 그 곳으로 갈 것 같으면 아무런 근심도 없을 것이다.”
하고 꾀어서는, 드디어 토끼를 등 위에 업고 바다에 떠서 한 이삼 리쯤 가게 되었다.
이 때 거북은 토끼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지금 용왕의 따님이 병이 들어 앓고 있는데, 꼭 토끼의 간을 약으로 써야만 낫겠다고 하는 까닭으로 내가 수고스러움을 무릅쓰고 너를 업고 가는 것이다.”
하니, 토끼는 이 말을 듣고 말하기를,
“아아 그런가, 나는 신명(神明)의 후예로서 능히 오장(五臟)을 꺼내어 깨끗이 씻어 가지고 이를 다시 넣을 수 있다. 그런데 요사이 마침 마음에 근심스러운 일이 생겨서 간을 꺼내어 깨끗하게 씻어서 잠시 동안 바윗돌 밑에 두었는데, 너의 좋다는 말만 듣고 오느라고 그만 간을 그대로 두고 왔다. 내 간은 아직 그 곳에 있는데, 다시 돌아가서 간을 가지고 돌아오지 않으면, 어찌 네가 구하려는 간을 가지고 갈 수 있겠는가. 나는 비록 간이 없어도 살 수가 있으니, 그러면 어찌 둘이 다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하니, 거북이는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도로 육지로 올라왔다.
토끼는 풀숲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거북에게 말하기를,
“거북아, 너는 참으로 어리석구나. 어찌 간이 없이 사는 놈이 있겠느냐 ”
하니, 거북이는 멋쩍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갔다.
삼국사기(三國史記)
▶ 핵심 정리
갈래 설화(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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