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의 전자부품장비업체들은 지난 3분기 실적 성적표에서 불황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최악의 경영여건 속에도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80% 이상 늘어난 회사가 있는가 하면, 내실을 다지면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곳도 있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크게 네 가지다. 수출형 기업이어서 올해처럼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것을 되레 즐겼다. 동반성장하는 협력업체들이 인근에 있으며, 운영비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G밸리였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서울에 있어 우수인재를 영입하고 지킬 수 있었다. 이들은 기업의 제품·기술력에 뿌리 역할을 한다. ◇우수 인재 수혈 원활=중소기업인데다 회사 위치까지 지방이면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G밸리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인재 수급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수동부품업체인 성호전자(대표 박현남·박환우)는 제조업임에도 불구, 좀처럼 직원들의 이탈이 없다. G밸리에 있는 덕분이다. 성호전자는 숙련된 직원들과 전원공급장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3분기에 매출 2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82%의 성장세다. 3차원 측정·검사장비 기업인 고영테크놀러지의 고광일 사장은 “다른 곳으로 가보려고 했으나, 직원들이 흔들리는 것이 눈에 보여 G밸리에 계속 있기로 결정했다”면서 “우수 인재를 채용하고, 이들이 개발하는 고성능 제품이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설명했다. ◇수출형 기업 ‘메리트’=고영테크놀러지(대표 고광일)는 전체 매출 중 수출비중이 90%에 이른다. 수출형 기업답게 올 초 930원대에서 최근 1430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반갑기만 하다. 주력제품인 3차원 솔더페이스트 검사(SPI) 장비의 판매증가는 물론이고 환율 효과까지 호재로 작용했다. 이 회사는 3분기에 10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2%나 성장했다. 컴퓨터 냉각장치 전문업체인 잘만테크(대표 이영필) 역시 매출의 88%가 수출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3분기에 매출 16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세를 보였다. PC시장이 하강세인 것을 감안하면 선전했다. ◇인프라 우수+운영비 저렴=G밸리는 아파트형 공장이 즐비해 제조업체들에 각광받는다. 값싼 관리비는 실속파 기업들에 안성맞춤이다. 고객·협력업체들이 같이 있기에 시너지도 가능하다. 고광일 사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실사를 위해 회사를 방문하면 현대식 아파트형 공장을 보며 놀란다”면서 “G밸리의 우수한 인프라가 고객사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는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팹리스기업인 엠텍비젼(대표 이성민)은 효율적인 비용지출을 G밸리의 장점으로 꼽았다. G밸리는 평당 관리비가 3000원이 안 된다. 같은 규모라면 강남은 2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전기세 등의 운영비용도 G밸리가 훨씬 저렴하다.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은 “2000평 규모의 사무실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G밸리에선 2억원 정도가 들지만, 강남에선 5억∼6억원이 들어갈 것”이라면서 “LG전자 MC연구소와 협력업체들이 근처에 있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엠텍비젼은 3분기에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보였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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