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휠 스피드 330 RPM입니다. 체크해주세요.” “위성이 바른 자세를 잡도록 속도를 20RPM만 높여주세요.” 국내 첫 전천후 영상레이더(SAR)가 탑재될 다목적실용위성 5호의 본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시험동 내 유리창으로 칸막이 돼 있는 체크 아웃실. 이곳에서는 위성의 자세를 잡는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리액션 휠은 위성 5호가 지구궤도에서 X-Y-Z 3개 축을 이용해 일정한 자세를 잡도록 제어하는 자동차 타이어 휠모양의 디스크다. 우주공간에서 지구궤도를 도는 위성체의 태양전지판이 태양을 향하도록 위치를 바꿔주는 핵심 부품이다. 이 체크아웃실에서는 현재 실험용 위성인 STM이 발사환경과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움직이는지를 총괄 시험하고 있다. 위성 5호 본체에 사상 처음으로 들어가는 통합형 제어장치인 원보드컴퓨터(IBUMU) 시험도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이 원보드 컴퓨터가 발사 및 우주환경에서 제대로 구현되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위성 5호에서 보내는 데이터가 안테나로 정확히 수신되는지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유사 조건인 RF케이블을 텔레메트리 커맨드 장비에 연결해 수신의 완벽 여부를 집중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천용식 다목적실용위성5호사업단 다목적5호체계팀장은 “위성의 눈과 귀 등에 해당하는 센서들이 가상으로 만들어진 극한의 우주환경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올해 말까지 시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병행해 체크아웃실 옆 청정조립실에서는 다목적실용위성 5호의 실제 비행모델에 열제어 장치를 장착할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옆에는 5호의 시험 모델이 서 있다. 청정조립실은 입실 절차부터 까다로웠다. 통신해양위성과 KSLVⅠ테스트, 위성 5호기 등 작업하는 위성과 발사체가 늘면서 보안이 엄격해진 탓이다. 현재 지구상공을 돌고 있는 아리랑 위성 2호도 모두 이곳에서 조립됐다. 천 팀장은 “5호의 가장 큰 특징은 탑재체에 전천후영상레이더(SAR)가 장착된다는 것”이라며 “구름이 있더라도 한반도의 지상인공구조물은 정확히 찾아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다목적실용위성 5호는 그동안 우리 나라가 발사한 위성 중에서 무게가 1.5톤으로 가장 무겁다. 고도 550㎞에서 우리나라를 아침저녁으로 지나가는 ‘여명궤도’에 올려진다. 해상도는 1m 급 이하로, 지상의 자동차 번호판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위성 5호는 SAR 외에 다목적실용위성 2, 3호의 광학 카메라의 영상을 지원받아 위치 확인까지 겸하게 된다. “몇 년 전 다목적 실용위성 2호도 제작한 경험이 있는데 5호는 그때와 판이합니다. 5∼6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 우주 관련 기술력이 배는 더 진보했습니다. 그만큼 노하우가 쌓인 덕이지요.” 항우연 연구진과 5호 조립 공동작업을 진행 중인 조치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이번 본체 조립에는 KAI 측이 13명의 인력을 파견했다. 이들은 향후 2년간 대전에서 붙박이로 지내야 할 형편이다. 이때문에 주말부부가 되거나 아예 이사를 왔다. 전기적인 신호를 전달하는 데이터 전송다발의 고정용 장치 장착 작업(마스킹)을 하던 조창래 선임연구원은 “전에는 복잡한 도면을 일일이 보면서 자로 재 작업했지만 지금은 실측결과를 나타내는 탬플릿이 만들어져 작업시간을 대폭 줄였다”며 “이 같은 실측기술을 적용하는 데 12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다목적실용위성 5호는 이달 초 비행모델에 대한 총조립 시험에 착수했다. 내년 말께 총조립이 완료되면 오는 2010년 5월 러시아 야스니 발사기지에서 드네프로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etnews.co.kr
◇SAR(Synthetic Aperture Radar)=합성개구레이더, 전천후 영상레이더로 불리기도 한다. 지상에 마이크로 전파를 쏴 반사돼 돌아오는 전파를 측정해 영상을 만드는 레이더 장비의 일종으로 전파 특성 상 대기 중의 수중기에 의한 산란이 적어 구름이 있더라도 선명한 지상 영상을 얻을 수 있다. SAR를 처음 적용한 위성은 1978년 발사된 미국의 ‘시샛’이며 미항공우주국(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토성 주위를 지나면서 이 SAR로 토성 표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위성 3호 제작 현장 오는 2010년 다목적실용위성 5호와 비슷한 시기에 발사될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SaTReC) 과학기술위성 3호가 현재 비행모델 바로 전 단계인 시험검증모델(EQM) 제작 단계에서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본체 설계에 들어가 지난달 25일에는 예비설계검토회의(PDR)를 순조롭게 마친 상태다. 강경인 위성연구실장은 “프로토타입을 완료하고 위성의 개별 구성품을 제작하고 있다”며 “오는 11월 리튬이온 셀이 들어오는 대로 위성 배터리의 직·병렬 시스템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위성 3호는 지난해 5월부터 오는 2010년 11월 말까지 3년간 총 18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돼 우리 은하 근적외선 탐사 관측 및 우주배경 복사 관측, 지구자원 탐사 등을 주목적으로 2년간 활동할 예정이다. 무게는 150㎏으로 700㎞ 상공에서 태양동기궤도를 돌게 된다. 인공위성연구센터를 주축으로 충남대·우석대·천문연(주탑재체)·공주대(부탑재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장태성 연구기획실장은 “위성의 뼈대가 되는 다기능복합체 구조체가 독자 모델로 설계, 제작되고 있다”며 “과학기술위성 2호에 비해 무게는 가벼워지고, 특히 패널 내 전장품이 들어가는 등 국내 처음 시도되는 부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위성 3호에는 과학기술위성으로는 처음으로 고성능 탑재 컴퓨터가 장착된다. 기존 과학기술위성 2호의 메인 프로세서가 인텔 i960인 데 비해 이는 레온3로 외국에서 관련 제품을 팔지 않아도 국내에서 자체 조달이 가능한 고성능 프로세서다. 충남대 김형신 교수가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추력기도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되고 있다. 기존에는 화학추진계통을 써 왔으나, 위성 전체 질량 대비 효율이 이보다 더 뛰어난 전기 추력기를 개발 중이다. 이 전기 추력기는 화학 추진계 대신 전기 에너지로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위성의 궤도를 변경한다. 기술개발은 최원호 KAIST 물리학과 교수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소형영상분광기도 새롭게 개발 중이다. 이 분광기는 일반 카메라로는 구분이 어려운 바다의 녹조발생이나, 작물 작황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다 62채널로 컬러를 62개까지 분광할 수 있다. 박홍영 과학기술위성 3호 체계종합그룹장은 “내년 3월 EQM을 펼친 형태로 완성된 뒤 2010년 위성의 모습이 갖춰질 것”이라며 “과학기술위성 2호에 비해 예산은 증가했지만 최근의 물가 및 원재료비 상승으로 예산난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위성 3호의 발사체 선정은 내년 3월께로 예정돼 있다. 한편 내년 2분기로 발사가 연기된 과학기술위성 2호는 현재 두 대가 보관모드에서 배터리 등에 대한 간헐적인 기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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