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과 정보기술(IT)이 연계된 ‘전력IT’가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길로 모색되고 있다. 전력IT는 전력기술에 정보통신기술을 융·복합화함으로써 전력산업과 전력시스템을 디지털화, 지능화, 친환경화, 고부가가치화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정부가 전력IT사업을 추진키로 한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전력·전기산업은 연간 50조원의 거대산업이면서도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속사정이 있다. 기술 역시 전통기술로 인식돼 대학에서 인기 없는 기술로 치부되고 있고 산업 성장속도도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IT는 신성장동력의 핵심과제=정부는 ‘산업 기반의 IT화’와 ‘IT를 활용한 산업의 고도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뉴IT 전략에서도 전 산업과 IT의 융합을 중요한 산업 발전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정부는 전력IT사업을 이용해 전력 전기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전력서비스의 혁신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비전하에 목표와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전력IT를 통해 정부는 고품질, 친환경, 자기치유형 전력공급 시스템을 구현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유비쿼터스 전력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전력IT 응용 전력기기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전력IT 전문인력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세계 수준의 기술 개발 △상용화 중심의 기술개발과 성과의 기술이전 촉진 △산업 간·에너지 간·기술 간 융합혁신 추구 △수요지향·시장지향적 가치창조에 주력 △산업, 시장, 기술변화에 속응하는 신규사업 추진 등을 추진전략으로 삼았다. 전력IT사업단(단장 권영한 www.powerit.re.kr)은 2007년 4월 정부로부터 전력IT사업 총괄관리기관으로 지정됐으며 전담조직으로 사무국과 자문위원회 및 기획평가위원회를 두고 있다. 전력IT사업단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융·복합 패키지형 사업인 전력IT 분야에서 기술 개발·인력 양성·표준화·산업화 등을 효과적으로 연계 추진함으로써 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됐다. 전력IT사업단은 과제 관리와 종합 조정 및 평가 외에도 합동 콘퍼런스와 워크숍 등을 개최해 과제 간 정보교류와 연구협력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10개 전력IT 중대형 전략과제에 2600억원 투입=정부는 2005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전력IT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연구개발 사업은 정부주도로 수행하는 중대형 전략과제와, 기술 수요 조사에 의해 수행되는 단기 핵심 과제로 구성됐다. 중대형 전략과제는 88개의 산·학·연·관(산업체 65개, 대학 18개, 연구소 5개)이 참여한다. 4∼6년 동안 10개의 대형 정부주도사업에 약 2600억원(연간 약 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50%는 민간이 매칭펀드로 부담한다. 단기 핵심기술 개발 과제는 매년 상·하반기에 신규 과제를 발굴한다. 현재 수행 중인 과제는 12개로 사업 기간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과제별로 2∼3년간), 총사업비는 79억원이다. 민간 37억원, 기금 42억원을 투입한다. 전력IT 인력양성사업에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209억원(민간 89억원, 기금 12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고 전력IT 표준화사업에는 2006∼2011년까지 5년간 46억원(민간 1억원, 기금 4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IT사업단은 그린에너지 기술, 에너지 절약형 전력기기 개발,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대형 광역정전 예방을 위한 전력설비 고도화 등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다. 특히 친환경 기술 분야에 관심을 높여갈 예정이다. 현재 전력IT사업단의 당면과제는 연구개발 성과물의 산업화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전력IT사업은 다행히 시작 단계부터 산업화를 전제로 착수됐다. 그러나 산업화를 더 촉진하기 위해 한국전력 등의 수요자가 신기술과 신제품을 적극 도입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개발 제품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종합 테스트베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외 기술변화에 대응하고 신규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중대형 전략과제를 매년 한 건 이상 발굴하고, 대부분의 과제가 종료되는 2010년에 중장기 기술개발 로드맵을 반영한 과제를 다수 추진할 방침이다. 매년 상·하반기에 기술수요를 조사해 단기 핵심 과제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식재산권 확보와 표준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전력IT사업단은 해외 기술선진국에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선점이 필수기 때문에 연구개발 성과물의 지식재산권을 국내외에서 즉시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세계 표준에도 적극 반영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권영한 전력IT사업단장은 “전력과 IT의 융합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며 “미국·유럽이 최근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인텔리그리드(intelligrid)’나 ‘스마트그리드(smartgrid)’사업도 우리의 전력IT사업과 흡사하며 오히려 정부주도 사업으로는 우리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G프런티어- 권영한 전력IT사업단장 “전력을 빼고는 그린오션을 얘기할 수 없습니다.” 권영한 전력IT사업단장(56)은 전력이 그린IT·그린오션 구현에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각종 인프라 및 설비 등을 고도화·지능화·친환경화하는 작업은 선진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법에 따라 스마트그리드를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 프로젝트로 시행하고, 유럽도 장기적인 국가 프로젝트로 시행한다. 권영한 단장은 “전력IT는 단기 프로젝트로 끝낼 일이 아니다”며 “국가의 전력망을 차세대망으로 고도화시키는 사업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4%가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되고 있고, 에너지 부문 중 전력이 34%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전력 설비 노후 탓에 광역정전이라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설비 교체작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고 중국·인도 등 개도국이 급격한 산업성장에 따라 전력설비가 신설 및 확충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에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력IT사업의 중요 목표 중 하나가 전 세계에서 거의 매년 발생하는 광역정전의 예방이다. 2003년 미국 북동부 대정전 때는 피해 규모가 6조원을 넘었다. 권 단장은 또 “최근 에너지와 환경 문제가 국가적 어젠다가 됨에 따라 전력IT사업단은 그린화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추가했다”며 “그러나 전력망의 스마트화든 환경문제든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으므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권 단장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을 6년간 역임한 전기·전력분야 전문가다.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과 학사,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전기공학 석사와 경제학과 석사 및 전기공학 박사를 받았다. 정소영기자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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