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개국에서 세계인의 검색창이 된 구글이 넘지 못하는 산도 있다. 토종 검색 업체들을 앞세운 한국, 러시아, 체코, 중국과 야후가 유독 힘을 발휘하는 일본 시장이 그 산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국가에는 구글보다 앞서 뿌리 내린 기업이 선행 투자로 우위를 이어가고 있거나 구글 검색엔진이 현지화에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컴스코어가 지난 7월 발표한 검색 점유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네이버, 러시아의 얀덱스, 체코의 세즈남, 중국의 바이두는 토종기업으로 각 국가의 시장에서 구글을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토종 기업으로 우리나라 시장을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네이버와 외국 기업이지만 일찍부터 정착, 일본 시장 점유율 50%를 넘고 있는 야후는 구글의 시장 진출 이전에 이미 진영을 갖추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 인프라에서 오히려 미국을 앞질렀던 이들 국가에서 구글은 후발 주자로 발을 내딛었다. 네이버와 야후 재팬은 이미 왕성한 자금력을 갖추고 독자적인 서비스를 구축한 상태였다. 이들은 완성도 높은 기술력과 현지 언어에 대한 완벽한 적응으로 구글을 지금까지도 압도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00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바이두가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구글은 4년 뒤에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중국어 입력기 기술 침해 문제로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구글은 바이두가 해오던 MP3검색을 구글 중국에서만 실행하는 등 현지화 노력을 보였으나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구글의 점유율은 지난해 6.2%p나 급감해 여전히 중국 검색 시장에서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FT는 아시아 국가의 기업들이 사이트 내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인하우스 전략 구사에 구글이 무릎을 꿇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에릭 슈미츠 구글 CEO는 “중국의 별난 법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만 결국 중국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투자가 비교적 자유로운 체코와 러시아에서의 부진은 규제 탓 만은 아닌 듯 하다. 러시아의 얀덱스는 46%의 점유율로 33%에 머문 구글을 앞지르고 있으며 올해 봄 부터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며 꿈에 부풀어 있다. 체코 시장의 62.5%를 장악한 세즈남은 M&A를 통한 세불리기로 구글을 잘 견제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진출이 다소 늦었던 구글은 검색 엔진의 현지 언어 적응에 문제가 있음을 다소 인정하고 있다. 모하마드 가우닷 구글 신흥시장 담당자는 “2000년 중반 이후에 진출한 나라의 언어 적응 문제에 있어 구글의 알고리듬이 다소 각국 언어의 뉘앙스에 적응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검색의 질만 좋다고 현지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 만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규제와 언어의 차이 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구글의 뿌리 내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사람의 힘을 믿는 철학적 풍토가 기계적인 알고리듬을 이용하는 구글의 검색의 철학과 이질감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와 체코의 세즈남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답을 얻는 지식 검색형 서비스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한편, 구글은 비영어권 국가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글은 지난 7월부터 지식공유 서비스인 ‘놀(Knol)’을 영어로 서비스 한 이 후 첫 외국어 버전을 아랍어로 서비스해 중동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우닷은 “점유율 걱정에서 벗어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인기자 d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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