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표 통신업체 ‘브리티시텔레콤(BT)’. BT는 2000년 회계 연도에 10억3100만파운드, 우리 돈으로 2조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7년에는 순이익 25억600만파운드를 달성했다. 7년 만에 ‘이무기’에서 ‘용’으로 승천한 것이다. 지난 시간 동안 도대체 BT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해답은 바로 ‘미래 경영’이었다. BT는 ‘BT 디자인’이라는 미래 전략 그룹을 만들고 단기 순익과 매출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전폭적으로 나섰다. 미래 경영을 위한 장기 전략 방향으로 ‘사람·소프트웨어·디자인’을 꼽고 기업 문화를 미래 지향적, 혁신적 이미지로 바꿔 나갔다. ‘해답은 미래에 있다.’ 미래 경영이 기업의 새 경영 키워드로 떠올랐다. 중장기 비전을 세우고 만드는 기업이 결국 승리한다는 진리는 이미 숱한 기업 역사가 증명해 보였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해외 법인장들이 모두 참석한 상반기 글로벌회의에서 “경쟁자보다 앞선 안목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해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부터 미래 변화 요인을 분석하고 핵심 기술 선행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배경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업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고유가와 환율은 불과 며칠 뒤를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덩달아 원·부자재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소비자 수요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컨버전스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이전처럼 ‘나 홀로 시장’ 개념이 사라졌다. 서로 별개 영역이었던 금융과 통신 업종이 경쟁을 벌이고 콘텐츠와 인프라 영역의 경계선도 흐릿해졌다. 인터넷이 일반화하면서 기업 환경도 훨씬 치열해지고 가혹해졌다. 게다가 기술은 해당 분야의 기업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독자 시장에서 아성을 구축해 혜택을 누리는 식의 비즈니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성패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누가 더 값싸게 대량 생산 기술을 갖추는지가 관건이었지만 다가올 미래는 무형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는지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런 환경에서는 누구도 쉽게 미래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여기에 경기 불황과 맞물려 위기감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시장과 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계는 뚜렷한 방향타를 찾지 못하고 준비도 부족하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임원은 “지금 당장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솔직히 4∼5년 후 모습은 더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기업은 진짜 비상 상황은 지금이 아니라 5년 후가 될 것”이라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그는 수년 안에 글로벌 1위 분야가 몇 개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영원한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100년 동안 총 413개 기업이 세계 100대 기업에 올랐지만 이 중 80%가 30년 안에 합병되거나 도산했다. 또 1900년 이후 미국에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살아남은 기업은 GE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기업의 평균 수명이 23년 8개월이지만 전문가들은 30년 후에 존재할 확률은 12% 내외라고 확신하고 있다. 미래 경영이 필요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기업 생존율이 낮은 원인은 변화하는 환경을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래 경영은 단기 시각을 탈피한 기업의 장기 생존 전략이다. 단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불확실한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영 활동이다. 미래 경영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읽어야 하고 사회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목해야 한다. 시장과 산업 추세를 탐색하고 떠오르는 현안을 발굴해야 미래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다. KT경영연구소는 불과 5년 후인 2012년에 경영과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진단했다. KT경영연구소는 친환경·윤리·재택 근무·개인주의·웰빙·심플 디자인 등 8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윤재홍 KT경영연구소장은 “미래 경영은 예측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경영의 시야를 확대해 올바른 전략을 세우는 데 목적이 있다”며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이미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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