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90년대 후반 학과에서 학부로 1차 변화를 시도했던 공대는 최근 유사학과 통·폐합, 인문학과의 통섭 등을 통해 2차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융합 연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대학에도 ‘선택과 집중’과 같은 효율성 개념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을 준비하면서 공대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공대, 합쳐야 산다=융합이 이공계 학문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대학에도 이 같은 바람이 불고 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합쳐 연구를 진행하는 움직임이 학과 통·폐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한양대는 내년 신학기부터 공대와 건축대를 통합한다. 또 학과 형태로 존재하던 공대를 4개 학부로 나누고, 소사장제와 비슷한 ‘학부 학과장’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임승순 한양대 공대학장은 “강의에 겸임교수 형식을 차용해 과별 벽을 낮출 예정”이라며 “가령 화학공학과에 있는 교수가 필요한 부분은 건축·토목에서도 강의할 수 있도록 해 교내 학술교류를 활발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WCU 사업을 염두에 두고 공대와 의대를 융합해 ‘메디트로닉스(Meditronics)’ 학과를 신설한다. 메디컬(Medical)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 부문을 융합한 학과다. 성균관대도 내년 1학기부터 화학공학과와 텍스타일시스템공학과를 합쳐 화학공학과로 개편한다. 섬유산업이 첨단 기능성 위주로 진화하면서, 화학공학과와 합쳐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성신여대는 미디어 정보학부와 컴퓨터 정보학부 등을 IT학부로 통합한다. ◇선택과 집중=학과평가를 통해 자연스런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대학도 있다. 동국대는 매년 학과평가를 실시해 학과 정원을 유동적으로 변동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말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3년간 평가내용을 종합, 정원을 조정했다. 낮은 점수를 받은 독문학과·사회학과·물리학과·전기공학과는 내년 입학 정원을 15% 줄이고, 기계공학과·윤리문화학과·수학과·철학과 정원은 10% 줄이기로 했다. 8개 학과에 36명의 정원이 감축되는 것. 대신 높은 점수를 받은 컴퓨터공학과·경영학과·전자공학과는 평가 하위학과에서 줄어든 정원을 우선 배분받는다. 동국대는 매년 평가를 통한 학과 정원 조정으로 선택과 집중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건국대는 생명공학 전공 특성화학부의 올해 선발인원을 20명 늘려, 60명의 신입생을 뽑는다. 건국대 관계자는 “특성화학부는 학교 내에서 가장 높은 입학성적을 자랑하는 학부”라며 “학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만큼 집중해서 키우기 위해 인원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권건호·이성현기자 wingh1·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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