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룰을 바꾸려면 M&A에 도전하라.’ 인수합병(M&A)이 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미래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M&A를 위해 철저히 준비된 명분과 실탄(자금), 전략이 어우러질 때 미래 산업 지형도가 용틀임한다. 또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최근 국내 M&A 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 기업의 정리 차원에서 형성됐던 초기 시장에서 동종·이종 업계를 망라한 건전하고 활발한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그룹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것에서 탈피, 중견기업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M&A 건수 및 금액 규모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작년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기업결합 심사·성사 건수는 총 742건으로 금액 규모는 33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사 건수는 전년(631건)에 비해 18%, 금액(21조8000억원)은 56%나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M&A는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존폐까지 흔들 수 있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후유증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수단으로 M&A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각의 전환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왜 M&A인가?=2000년대 들어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전까지 15% 수준을 넘나들던 국내 기업의 성장성은 이후 평균 5%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기업 자체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성장동력을 외부에서 수혈할 수 있는 M&A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또 장기 침체에 허덕이던 일본 기업의 성장이 우리나라와 달리 2003년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기업은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글로벌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각을 바꿔라=M&A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M&A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천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M&A는 무조건 어렵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버려야 한다”며 “성장과 속도가 핵심인 미래 경영 환경에서 여러 장의 카드를 가진 기업과 한 장의 카드만으로 승부하는 기업의 성패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성과와 규모의 차이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에 자체적인 사업 개발 노력과 함께 시장의 검증을 거친 기업을 인수,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기존 조직은 사업 개선에 집중하고, 미래 사업에 필요한 역량은 M&A로 확보하는 상시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과감하게 베팅하라=이달 초 유럽 최고의 크루즈 선박 제조업체인 아커야즈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한 강덕수 STX 회장은 “M&A는 시너지가 있을 때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 M&A로써 가장 성공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온 그룹의 총수다운 M&A 전략이다. 강 회장은 조선사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크루즈 사업을 위해 아커야즈 인수에 총 14억달러를 투입했다. STX그룹은 2003년 이후 적극적인 M&A를 통해 12배 이상의 매출 증가는 물론이고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01년 인수한 STX(옛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STX조선(옛 대동조선), STX에너지(옛 산단에너지), STX팬오션(옛 범양상선)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2005년에는 STX팬오션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 발판까지 마련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M&A를 통해 해외 수출 비중은 물론이고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개선한 두산그룹의 사례도 과감한 결단과 투자의 결과물이다. 비록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측면도 있지만, 과감한 투자를 통한 M&A는 기업의 체질과 규모를 일순간에 바꿀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역량을 키워라=M&A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적합한 능력과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미래경영 수단으로 M&A를 활용하겠다는 의지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동안 M&A에 참여한 국내 기업은 대상 기업 선별 능력 부족, 인수 과정에서의 업무 미숙, 지나친 과열 경쟁 등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된 M&A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대비도 선진화하고 있다. 기업의 가치는 수익성과 성장성이 균형을 이룰 때 극대화된다. 단기적인 사업성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국내 기업도 성장을 통한 가치 창출과 성장 전략의 대안으로 선진 기업 수준의 M&A 역량을 확보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M&A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은 M&A 전담 조직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성장 잠재력이 보이는 기업을 선별하고, 실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낸 후 계약 체결부터 통합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담당한다. 국내 기업들도 신사업 개발 조직이나 부분적인 M&A 담당 조직이 있지만, 내부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양종석기자 jsyang@
◆M&A의 함정을 피하려면 M&A는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성장을 보장하는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 이달 초 옛 서울증권을 인수한 유진그룹은 1년여 만에 재매각 방침을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 증권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추가 M&A 실패와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하락으로 역풍을 맞았다. 최근 매킨지가 분석한 1000여개 기업의 M&A 전후 주주 가치 변화 분석에 따르면 62%의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M&A는 성공에 대한 유혹과 실패에 따르는 함정이 병존한다. 이 같은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LG경제연구원이 제시하는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M&A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기업 전략 차원에서 M&A가 꼭 필요한 것인지, 또 다른 대안에 비해 우월한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M&A 수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M&A는 기업 전략 실행을 위한 수단이며,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전략, 사업 전략이 올바르게 정립돼 있어야 한다. ◇시너지가 명확해야=검토 단계부터 M&A를 통해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하고, 달성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로써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창출 가능한 시너지 규모를 가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쟁자가 많으면 M&A에 따른 프리미엄이 증가한다. 이때 과잉 지출의 가능성이 높다면 과감히 경쟁을 포기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M&A는 기업 전략 실현의 수단이며, 프리미엄 이상의 시너지가 창출돼야만 기업의 가치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통합을 서둘러라=M&A 후 기업 간 통합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전략과 실행방안을 검토 단계부터 수립하고 일관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전략이 올바르고 면밀한 시너지 검토가 있었다 해도 통합 과정에서의 실수는 전체 M&A의 실패로 연결된다. 또 통합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명확하고 일관된 전략의 조기 수립과 수행, 강력한 조직, 정확한 의사 소통, 평가 및 보상의 연계가 필요하다. ◇리스크를 줄여라=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규모의 M&A를 수행, 역량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M&A가 첫 시도부터 성공하는 일은 드물다. 또 M&A에 대한 경험과 역량을 꾸준히 축적하는 것이 성공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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