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프랑스 버스 회사 TSE가 TSE를 타고 룩셈부르크에 청소부 일을 하러 다녔던 프랑스 여성 몇 명을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죄목은 놀랍게도 ‘카풀’이다. TSE는 법적으로 허가받은 상업 교통 서비스가 있는데 이용자들끼리 카풀을 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테크노 경영분야 전문가인 뉴욕대 클레이 서키 교수는 그의 최근 저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갤리온 펴냄)’에서 “한때 고객이었던 사람들을 그들끼리 조직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고소하는 이 전략은 오늘날 음악과 영화 산업이 취하고 있는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서키 교수의 말대로 ‘한때 고객이었던 사람들’이 무차별적인 고소·고발로 범죄자 신세가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무소불위’ 저작권의 막강 위력 때문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지난해 비친고죄가 도입돼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다. 네티즌의 저작권 인식 제고에 효과를 주었다고는 하지만 효과를 논하기에는 상처와 후유증이 너무 컸다. 고의성 없는 저작권 침해와 공적 이용에 가까운 사례까지 저작권법으로 재단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법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최근 저작권법을 더욱 강화, 불법 콘텐츠를 상습적으로 올린 사이트를 폐쇄까지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네티즌 모두가 범법자가 될 수 있다. ◇늘어나는 범법자? 만들어진 범법자?=지난해 6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된 후 인터넷상에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소·고발 건수는 급속히 늘고 있다. 전국 검찰청 및 서울 주요 경찰서에 접수된 저작권 관련 고소·고발 건수를 살펴보면 2006년 1만5520건에 비해 지난해는 2만3741건으로 53%나 증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작자들이 적극적인 권리 행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작권법 강화로 관련 법 집행도 엄격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위원회에 등록된 저작물은 지난해 7월 말까지 총 1만213건으로 2006년 같은 기간 등록 건수 4208건에 비해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늘어나는 고소·고발 건수 중 대부분은 블로그나 P2P를 통한 영상과 음악 콘텐츠 유통과 관련한 것이다. 저작권 위반자도 일반인보다는 중·고등학생이 절대적이다. 청소년 위반자 대부분은 합의를 보고 형사 처벌을 면하는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난다. 이 때문에 개정 저작권법이 ‘범’은 잡지 못한 채 ‘고양이’만 사냥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이용자와 OSP 모두를 겨냥=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네티즌과 인터넷 서비스 기업(OSP)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저작권법이 저작권자만을 위한 법이 아닌데도 유독 저작권자의 침해에만 초점을 맞출 뿐 정부는 공정이용이나 활용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논의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침해라고 보기 힘든 많은 경우에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분쟁을 낳고 있다. 물론 남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업·다운로드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다 침해나 불법을 규정하려면 보다 엄격한 기준과 적용이 필요하다. 일부 네티즌이 신문 기사 등을 블로그·UCC에 올리고 있지만 저작권을 침해하려는 의도보다는 관련 콘텐츠를 홍보하고자 하는 생각이 크다. 또 개인이 구매한 콘텐츠를 블로그에 올린 경우 침해라기보다는 사적 복제에 해당한다. 저작권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인터넷상의 변화를 일방적으로 재단하려 하다 보니 무리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 위세에 눌린 활용권=이호영 KISDI 박사는 “저작권을 보호해서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은 좋지만 디지털 지식사회에서는 오히려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2차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적용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저작권 침해방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UCC를 제작해 본 사람들 중 순수창작물을 제작한 사람은 33.2%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람들(66.8%)은 기존에 존재하는 음악, 영상, 출판물 등을 이용해 2차 저작물을 만들고 있는 것. 2차 저작물은 차라리 ‘이용’에 가깝다. 보다 나은 새로운 저작물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를 참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현 저작권에서는 불법이며 침해로 규정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분석팀에 따르면 국내 네티즌 10명 중 4명은 블로그를 개설, 개인 창작물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 네티즌이 업로더며, 때에 따라 누구든 범법자가 될 수 있다. 기획취재팀=조인혜 차장(팀장)·김민수·한정훈·이수운·최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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