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2012년까지 IT 부문을 혁신해 국민소득 4만달러 토대를 닦는 ‘IT 이노베이션 2012’ 전략을 발표했다. 각 산업에 속한 기업이 IT를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고, IT 신산업을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전략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벤처’다. 벤처는 ‘유연성’ 그리고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이 생명이다. 기존산업에 IT를 접목하거나 새로운 IT 산업을 창출할 때, 신기술 개발과 이 기술의 효과적 접목을 위한 서비스 개발이 중요하다. 이는 대기업의 몫이 아니다. 순발력과 위험을 감수하며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가 맡아야 할 부분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대기업은 대규모 사업만을 펼치므로 벤처기업이 작은 시장이지만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술 융합 상황에서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며 자체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능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벤처와 같은 혁신형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하나의 경제성장의 축으로 성장동력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미래비전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해야 할 벤처가 흔들리고 있다. 정확히는 벤처 생태계가 흔들린다는 것이 더 문제다. 벤처생태계란 벤처가 출범(창업단계)해 연구개발(R&D)과 기술상용화 과정(성장단계)을 거쳐 상장(성숙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말한다. 벤처를 생태계로 표현하는 것은 창업부터 성숙·성장까지가 하나의 사슬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생태계에 여러 군데 구멍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창업단계부터 문제점이 드러난다.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으로 창업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 은행이 투자에 소극적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면 당연히 신규 고객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된 기존 고객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어렵게 창업을 결심해도 자금을 끌어 쓰기가 힘들다. 정책적 지원 없이 벤처 창업을 기대할 수 없고 이는 벤처 생태계의 축을 무너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성숙단계의 핵심인 코스닥시장의 침체도 우려스럽다. 올 상반기 22개 업체가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그중 절반이 넘는 16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신규 진입한 상장사마저 자사주를 취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스트소프트는 상장 첫날 이후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공모가격인 9800원 밑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주가 안정을 위해 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공모자금 확보를 위해 상장사가 주주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자사주 취득으로 공모자금을 쓰고 있는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드래곤플라이·흥국·세우테크·덕신하우징·아세아텍·타운마이닝캄파니·사이버다임 등 코스닥기업의 상장 연기도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벤처캐피털에 분명 달갑지 않는 소식이다. 인수합병(M&A)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마땅히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축소 또는 연기로 이어지는 이유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지수 하락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것이라 시장 회복을 위해 묘수가 없지만 코스닥 시장이 기업 생태계의 중간층이란 점에서 이를 떠받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배·이경민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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