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모두 2005년 초 수준으로 급락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29일 각각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중소기업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각각 80.8과 76.3으로 2005년 1월(77.8·BSI)과 2월(74.5·SBHI)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 한여름 기업의 체감경기가 2005년 한겨울과 유사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경련은 업종별 매출액 규모 600대 업체를, 중기중앙회는 1500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8월이 바닥일까=이번 조사결과에서 그나마 희망을 찾는다면 급락 추세가 한풀 꺾였다는 측면이다. 지난 5월 104.7로 기준치(100)를 넘어섰던 BSI는 6·7월 연달아 10포인트가량 하락한 95.3과 83.2를 기록했다. 8월의 80.8은 급락세를 일단 멈췄다고 할 수 있다. SBHI 역시 5월 93.1을 나타낸 이후 6월 87.5, 7월 78.2로 큰 폭 하락하다가 8월 76.3으로 2포인트가량만 내려갔다. 그러나 9월 소폭 개선된다고 크게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은현철 전경련 경제정책팀 연구원은 “BSI가 80대를 두 번 연속 기록한 것은 드문 것”이라며 “특히 이번 조사에서 꾸준히 좋았던 수출이 100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배경은 유사=대·중소기업 모두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유는 비슷하다. 그동안 성장에 발목을 잡았던 외부요인 그대로다. 전경련은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과 세계경제 침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양대 모기지업체의 부실 우려가 증폭되고, 여기에 아시아권의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 등 국제금융 시장의 불안이 크게 고조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는 기업이 컨트롤할 수 있는 요인들이 아니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영애로사항 조사(중복응답)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81.2%로 거의 대부분이 요인으로 꼽았으며, ‘내수부진(58.1%)’과 ‘물류비 상승 및 운송난(43.9%)’ 등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가운데 특이할 점은 이달 들어 금리상승과 환율 불안정을 꼽은 중소기업이 각각 20.8%와 21.7%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대안은=최근 경기침체의 주 요인이 외부에 있는만큼 정부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대기업들은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당부한다. 이미 경기 굴곡을 여러 차례 경험한만큼 정부가 정책을 유지한다면 대기업은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현철 연구원은 “기업이 상반기에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이를 잘 극복해 왔다”며 “감세 등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 가운데 실천이 안 된 부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윤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통계팀장도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이 증대돼 당분간 현장 체감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하강을 막을 순 없지만 금리인상 자제 등을 통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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