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으로 광역시가 유치한 콘택트센터 유치 실적만도 약 150개사에 3만석 가까이에 이른다. 광역시뿐 아니라 청주시·강릉시·전주시 등 시 지자체의 유치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지자체는 고용창출 대안으로 콘택트센터 유치단을 구성, 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이처럼 텔레마케팅(TM) 산업이 일자리 창출로 지자체들의 인기를 얻고 있지만 TM업체에는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고 있다. 지자체들이 유치에만 열을 올릴 뿐 실질적인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콜센터를 해당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 각종 인센티브와 함께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지원책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중소기업 혜택받기 하늘의 별따기=우선 업종의 특성상 중소기업의 기준에 부합하기가 어렵다. 일단 웬만한 콜센터 하나를 만들면 채용인원 수가 200명을 웃돈다. 기계설비 등이 아닌 인력이 중심이 된 사업이기 때문에 아웃소싱 몇 개만 수주해도 수백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출 200억원 기준도 그렇다. TM업체는 매출액의 90%가량이 인건비로 소요된다. 보통 제조업체가 30%가량을 인건비로 사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통신판매업으로 규정된 TM은 200억원 매출 또는 200명 이상이 직원으로 근무하게 되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되지 못한다. 매출에 비해 고용 인원이 많은 TM업체는 대부분 영세하지만 고용보험 환급, 법인세 감면, 노동부가 시행하는 직원 재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다. 매출이 200억원을 넘거나 직원 200명이 넘는 TM 업체는 직원 교육 비용도 100%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노동부와 지자체 등의 노동자 교육 지원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직원 교육을 등한시하게 되고, 결국 우수한 텔레마케터를 양성하기 어려워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생들의 교육 프로그램인 ‘청소년 직장체험프로그램’에는 텔레마케팅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위 조항에 해당 학과는 예외라고 돼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TM을 배제한 채 사업을 진행하기 일쑤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협회 사무총장은 “단지 매출액과 종업원 수로만 판단하지 말고 TM이 갖는 고용효과와 매출 성격, 자본금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입찰도 높은 벽=공공기관에서 입찰하는 콜센터의 자격요건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공 부문 콜센터 입찰자격은 300석 이상 센터규모나 공공기관 업무를 진행한 자, 또는 CRM을 운영하고 있는 곳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렇다 보니 콜센터를 운영하는 100∼200석 미만의 중소기업들은 공공기관 입찰은 꿈도 못 꾼다. 이들 중소업체는 입찰에서 수주한 대형 업체에서 2차로 물량을 공급받아 영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전화나 서비스로 상품을 팔기 위한 아웃바운드 중소업체들은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며 “200석 미만의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웃바운드 영업을 하고 있는 콜센터 직원의 기본급이 없는 것도 문제다. 고객이 걸어온 전화를 받는 인바운드 서비스 종사자들과 달리 아웃바운드 종사자들은 본인의 판매 능력에 따라 수입이 결정된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결근율과 이직률이 높아지면서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과에도 기여해야 하지만 직원들의 맞춤 재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서비스 품질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최수기 부산컨택센터협의회장은 “콜센터 직원은 관련 법령이나 정책, 상품지식을 갖추고 있어 전문인력인데도 그에 합당한 처우를 못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영세한 아웃바운드 중소업체는 인력충원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콜센터 유치 현황 미국 기업들은 콜센터로 1000여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인도에서도 텔레마케팅은 이제 거대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 필리핀 정부는 콜센터를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일자리 창출의 황금알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지자체도 고용창출의 유일한 대안으로 콘택트센터 유치단을 구성, 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산은 39개사 8943석, 대구 34개사 6470석, 대전 48개사 8524석, 광주 28개사 5327석이 운영 중이며 청주시, 강릉시, 전주시 등 지자체의 유치경쟁은 더욱 확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부산과 대구광역시의 지원이 눈에 띈다. 부산시는 유치된 콘택트센터에 건물 임차료와 시설장비 설치비 등 모두 5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전문 인력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부산지방노동청과 한국컨택센터협회, 부산컨택센터협의회와 ‘콜센터 인력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최근 체결했다. 이달 초 지하철 호포역에 있는 부산교통공사 교육아카데미에 우수상담사 과정, 관리자 과정, 통화품질분석가 과정 등 재직자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 재교육과 신규인력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3년간 13개사에 49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 대구시도 콘택트센터 유치로 바쁘다. 올해에는 1200석 규모의 대구 제3센터 수성컨택센터 전용건물을 착공하고 내년에는 대지 6만6000㎡, 연면적 16만5000㎡ 규모에 국책연구소, 콘택트센터운영업체, 교육기관 등 전용빌딩 5개 동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 콘택트센터 서비스산업 클러스터 조성 및 통신업체와 연계한 초고속통신망 등 첨단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 최한원 부산시청 기업유치과 계장 인터뷰 “제조업이 사라지면서 발생한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최한원 부산시청 기업유치과 계장(51)은 부산시가 콜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부산시가 한때 국내 제조업의 50% 이상을 담당했으나 지금은 8%대까지 하락했다며 “콜센터를 통해 중심상권이 살아나고 있고 고용을 촉진하면서 소비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에는 현재 농협·롯데·삼성카드·CJ홈쇼핑 등 37개 업체가 콜센터를 운영 중이다. 시가 콜센터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는 국내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민간투자촉진조례를 제정해 5억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 콜센터 유치의 가장 큰 성과로 ‘인력수급’을 꼽은 최 계장은 “부산시는 노동청과 함께 신규 인력 양성 사업을 하고 있으며 또 재직자에게도 관리자 교육 등 리더로서 자질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텔레마케터의 이미지도 크게 개선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 나오고 있는 정보유출 문제와 관련, “콜센터가 지역경제에 정말 도움이 된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최 계장은 이어 “텔레마케터 가운데는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하면서 전문화된 직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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