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옛 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모토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통신규제 로드맵’이 점차 동력을 잃고 있다. 시장의 기대가 컸던 인터넷전화번호이동제도,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정책 등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재판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기존 정부가 제안했던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 규제정책 전반의 변화도 감지된다. 25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는 상반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6월 말에 이른 지금까지도 명확한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는 통신규제로드맵의 일부로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통한 경쟁활성화 정책으로 추진돼 왔다. 지난해 말부터는 KT, LG데이콤, 한국케이블텔레콤 등 주요 사업자가 전국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번호이동 전담반을 구성해 제도 도입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시범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실질적인 고시가 이뤄지지 않아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에 맞춰 본격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었던 사업자들은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케이블텔레콤 관계자는 “통신규제 로드맵에 경쟁활성화 정책을 위한 제도였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두고 준비해왔는데 시행되지 못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판매법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 일정으로 자동 폐기됐던 재판매법은 사업자를 규제하는 ‘도매규제’가 중심으로 △역무통합 △MVNO 활성화 △통신요금 인하 등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법안 자체를 아예 재검토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통신 규제 철학 자체가 뒤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은 “기존 법안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하기보다는 다시 의견을 청취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통신과 관련된 각종 사안의 정책 결정도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상반기에 마련하기로 했던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따른 ‘800㎒ 주파수 공동사용(로밍)’도 명확한 정책 방향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또 인터넷(IP)TV 실시간 방송을 위한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시행령을 확정하는 데에도 시간만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방통위 주변에서는 기존 부처 조직에서 위원회 조직으로 바뀌면서 정책 결정 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사이에 첨예한 이슈와 이해 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업계 간 이견이 크더라도 방통위가 중재안을 마련해 이른 시일 내에 마침표를 찍어줘야 활력을 잃은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지혜기자 gotit@
<상반기 통신규제 정책 주요내용> 시행시기 내용 기대효과 3월 말 단말기 보조금 규제 철폐 사업자 간 자율 경쟁 3월 말 USIM 잠금 해제 소비자 선택권 확대 상반기 예정이었으나 지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 인터넷전화 활성화 〃 800㎒ 주파수로밍 이통업계 공정경쟁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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