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많은 전문가가 하반기에는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제는 비관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확대된 경상수지 적자 등이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많은 사람이 하반기에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미국의 유동성 해소에 따라 글로벌 신용경색이 해소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경색은 더 확대됐고 풀린 유동성이 증권·채권시장으로 이동하지 않고 오히려 원자재로 몰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 ◇국내 경제, 업종별 불균형 심화=올 상반기에는 대부분 업종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에 전기전자, 의료정밀 등 수출업종은 각각 17.59%, 31.49% 올랐다. 하반기에는 업종별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화학·항공·운송 등의 업종은 물론이고 내수 업종까지 불황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가 지갑을 꼭 닫은 이유는 무섭게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변준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화약세가 수출업종의 호조, 내수주 부진의 지금 상황을 불러일으켰다”면서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약세,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부 스탠스 변화=LG경제연구원은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한 하반기 물가는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5%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유추해 볼 때 정부가 경제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정책방향이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적 조치를 취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미다. 정부가 취할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적 수단은 원화 강세 유도와 금리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리 인상보다는 환율 하락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소비 및 투자 위축과 같은 내수 억제를 불러온다”면서 “내수 경기 침체 심화에 따라 가계의 체감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을 감수하고 정부가 금리 인상 카드를 사용하긴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안정돼야 물가 잡을 수 있어=대부분의 전문가는 정부의 물가 안정 조치가 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적 조치가 많지 않고 고유가 등 외부 요인을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윤창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원화 강세 유도 정책은 국제수지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외환 안정성을 악화시킬 수도 있어 정부가 장기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더 중요한 문제는 정부가 유가 등 외부에서 전이되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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