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고객관계관리(CRM)는 붐을 일으키다가 그 열기가 사그라지는 변화를 겪었다. 최근 고객 중심의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CRM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번 글로벌 리포트에서는 CRM이 현재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진화할 방향을 제시하며 기업들이 CRM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무엇을 고민해야 할 지 살펴보자.
#최고끼리의 결합 vs. 스위트 CRM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시벨시스템스라는 CRM 전문 벤더가 등장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이 기존 시스템을 사용하며 CRM을 도입하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최고의 솔루션만을 채택하는 ‘베스트 오브 브리드(Best of Breed)’가 대세였다. 그러다 오라클과 SAP와 같은 전통적인 ERP벤더가 CRM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스위트(Suite)’가 주목받게 됐다. 베스트 오브 브리드와 스위트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는데 우선 베스트 오브 브리드는 가장 뛰어난 솔루션들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기업들에 강하게 작용했다. 반면 베스트 오브 브리드는 각각의 솔루션들을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콘솔리데이션을 위한 제3의 솔루션을 필요로 하게 됐다. 그 결과 기업의 시스템은 더욱 더 복잡해져 이를 관리하는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됐다. 벤더가 모든 솔루션을 한데 모은 스위트를 채택할 경우, 기업은 베스트 오브 브리드와는 통합에 대한 어려움을 줄일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특정 벤더에 종속될 수 있어 꺼리는 기업들도 많았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CRM 벤더들이 인수합병의 대상이 돼 CRM 시장이 기존 기업용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 강자들에게 편입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플소프트와 시벨시스템스가 오라클에 인수된 사건이다. 기업들은 유연하고 통합이 쉬운 솔루션들끼리의 느슨한 결합을 요구하게 됐고 이러한 필요로 등장한 것이 바로 서비스지향 아키텍처(SOA)이다. 또한 무거운 패키지 SW에서 좀더 가볍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온디맨드(On demand)나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가 등장했다.
#체질에 맞는 기성복 고르기 액센츄어는 영업, 마케팅, 고객 서비스 각각의 영역에 대해 고민할 때 다음의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우선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요구되는 기업에 특화된 유연성과 일관성이 어떤 단계인가’와 다음은 ‘기업에 요구되는 데이터 밀집도가 어떤 수준인가’하는 점이다. 첫 번째는 경쟁사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차별화기 위해 패키지 소프트웨어라는 기성복을 어디까지 입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면 화학기업은 최근 백오피스와 영업, 마케팅 및 고객 서비스 등 공급망 운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화학기업은 최소한의 변화로 이러한 업무전환을 가능케 하는 성공 열쇠로서 고도로 표준화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다. 반면, 점점 더 생필품으로 자리잡아가는 통신서비스 기업과 금융 산업은 자사 비즈니스를 차별화할 수 있는 고유한 마케팅, 영업 및 서비스 프로세스를 가져야만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소인 기업 데이터 밀집도는 특화된 엔터프라이즈 수준 데이터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직면한 고객 관련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밀집도는 △엔터프라이즈 수준 데이터는 청구서 데이터, 가격 정보, 주문 내역 등에 따라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자주 데이터가 활용되는가에 따라 △얼마나 최근에 이 데이터가 쓰였는가, 한달 전인가, 아니면 실시간으로 필요한가 등에 따라 좌우된다. 액센츄어는 데이터 밀집도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일관성을 기준으로 기업에 필요한 CRM 소프트웨어를 4가지로 구분했다. 데이터 밀집도가 높으며 비즈니스 프로세스 일관성이 낮은 산업에는 기업용 패키지 SW가 적합하며 데이터 밀집도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일관성 모두 높은 산업은 복합 CRM(Composite CRM)이 더 효율적이다. 반면 데이터 밀집도가 낮고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일관성이 높은 산업은 각 분야 최고의 소프트웨어(Niche) 결합으로 CRM을 도입하는 것이 적합하며 데이터 밀집도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일관성 모두 낮은 산업은 SaaS가 최적의 솔루션이다. 이미 ERP를 기업 전반에 걸쳐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기업용 패키지 SW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SAP와 오라클과 같은 스위트 애플리케이션 안에는 다른 모듈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며 CRM과 ERP데이터가 각각 관리된다. 복합 CRM은 최적의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복합 CRM은 기업이 SOA로 전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액센츄어는 SOA를 비즈니스 프로세스 실현을 위한 자동화된 내부 운영 시스템 위에 업무 기능을 분리한 비즈니스 아키텍처로 정의한다. 비즈니스 아키텍처는 고도의 기업 특화 서비스를 적용해 개별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높은 일관성 수준을 유지시켜 준다. 특히 하나의, 물리적인 데이터 저장소를 아우르는 마스터 데이터 관리(MDM)로 이동하며 최근에는 기업들이 기업용 패키지 SW에서 복합 CRM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니치(Niche) 솔루션 도입은 전형적으로 베스트 오브 브리드다. 이러한 솔루션은 다수의 사용자 정의, 기업 특화 다양성을 수용하는 엔진으로 인식된다. 각각의 벤더들은 툴, 방법론 등을 고유하게 개발해 왔으며 기업이 Niche 솔루션을 도입하면 ‘표준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가장 최근에 등장해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바로 SaaS이다. SaaS는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는 장점이 있다. 웹서비스가 표준으로 자리잡으며 SaaS로 기존 시스템을 통합하게 되면 자체 개발한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이 덜 복잡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니치 솔루션보다는 SaaS가 대세로 기울고 있다. 앞서 설명한 네 가지 CRM 소프트웨어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기업의 데이터 밀집도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일관성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
#다시 고객으로 돌아가라 CRM을 어떤 형태로 도입하고 사용하느냐는 전적으로 기업과 CIO가 선택할 몫이다. 앞서 말한 방법 가운데 특정 솔루션만이 최선책이 아니라 내 기업의 고객을 위해서 어떠한 솔루션이 가장 적합한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내 고객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최선의 CRM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CRM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CRM이 고객의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는지를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0년째 같은 고객이라 하더라도 고객의 상황과 취향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며 이를 읽어내지 못하면 그 CRM은 이미 죽은 시스템에 불과하다. 죽은 시스템은 고성과 기업을 약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CRM이 쓰이고 있다. 임원진들은 고객과 관련한 일련의 데이터들을 통해 향후 어떠한 사업 전략을 구사할 지 경영회의를 거쳐 결정하는데 여기서 CRM이 역할이 커진 것이다. 과거 마케팅이나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만 인식됐던 CRM이 이제는 경영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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