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더 이상 용(중국)의 꼬리가 아니다.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국가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아시아 최고의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이모이’로 상징되는 개혁·개방을 추진한 지 20여년 만에 IT 관련 시장 및 수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으며 정부의 강력한 투자 의지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신규 사업과 투자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베트남의 IT산업 연평균 성장률은 30%를 웃돌면서 주변 캄보디아·미얀마 등 미개발국은 물론이고 먼저 IT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말레이시아·태국 등의 성장률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2002년 6억3500만달러에 불과했던 베트남 IT산업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7억달러로 6배가량 폭증했다. 같은 기간 IT 수출도 5억6000만달러에서 25억달러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표참조> 전 국민 8500만명 중 유선전화 가입자가 1127만명(13.23%), 이동전화 가입자가 3473만명(40.77%)으로 전체 인구 100명 중 54명이 유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 불과 10년 전인 지난 97년 통신 보급률이 1.97%였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다. 케이블 또는 초고속 등 인터넷 가입자도 1822만명(21.66%)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베트남 정부와 기업들은 요즘 통신과 연계된 부가서비스 및 망 업그레이드에 사력을 쏟고 있다. 망 연계 서비스로 활짝 꽃피기 시작한 온라인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과 그에 따른 인증, 보안, 빌링 등 밸류에디드사업 개발 및 투자에 총력적으로 나서고 있다. VNPT(비나폰·모비폰), EVN텔레콤 등 국영 통신업체도 가입자 확대 및 기존망 확충과 함께 3세대 이동통신(cdma2000), 무선인터넷(WiMax) 등 차세대 망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과 같은 IT 선진국에 투자의 손짓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일본 등을 제치고 베트남 최대 직접투자(FDI)국에 올라섰다. 지난 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국은 누적 146억4700만달러를 베트남에 투자, 같은 기간 각각 125억7500만달러와 97억8300만달러에 그친 싱가포르와 일본을 멀찍이 따돌렸다. 호엉 민 타이 EVN텔레콤 부사장은 “국영 전력회사의 텔레콤 자회사인 우리가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와 수익 모델을 도입하면서 한국을 직접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이미 KT와 SK텔레콤이 통신시장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통신 관련 하드웨어, 솔루션, 콘텐츠 등 연관분야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는 소프트웨어(SW)와 유무선 콘텐츠 분야 경쟁력 강화와 산업 육성에 집중적인 공을 들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2007년 42%의 경이적 성장률을 기록해 주변국은 물론이고 투자 관련국을 놀라게 했다. 그룹 내에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통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FPT그룹은 지난해 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FPT디스트리뷰션(FDC) 응엔 쾅 민 부사장은 “이미 200여개의 베트남 SW기업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아웃소싱을 수행하고 있다”며 “일부 우수인력은 세계적인 SW 개발국으로 손꼽히는 인도로 파견되는 등 인적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베트남정부는 지난해 WTO 가입 이후 소프트웨어 저작권에 대한 강력한 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전체 경제력의 70%가량을 쥐고 있는 정부 및 공공기업부터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 및 보급을 확대해 공공분야 SW 저작권 준수율을 현재의 4∼5배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디지털콘텐츠시장은 지난 2006년 53%나 성장한 데 이어 2007년에도 64% 성장이라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베트남 정보통신부(MIC)는 디지털콘텐츠분야 최우선 주력 분야를 온라인게임으로 잡고 있다. 현재 베트남시장에는 오디션·크로스파이어 등 4개 한국 온라인게임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나와 400만명의 고정 회원을 열광시키고 있다. 다만 여전히 모바일게임·벨소리·컬러링 등 모바일 관련 콘텐츠시장은 형성되지 않고 있어, 한국의 선도적 경험만 잘 결합된다면 기대 이상의 폭발적 시장이 열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모바일콘텐츠시장 형성과 모바일 빌링 등을 연계한 한국 기업의 시장 기회는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만한 분야로 꼽힌다. 국가정보화와 관련 베트남 정부는 ‘e거버먼트’ 프로젝트를 내실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은행·재무·우편 등의 공공부문 정보화에 60억∼100억달러가 투입됐으며, 오는 2010년까지 50억달러의 자금이 추가될 예정이다. 전체 기업 중 7%만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했고, 기업 절반 이상이 웹사이트조차 갖지 못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뛰고 있다. 기업 중 10%가 현금거래를 하면서도 전자상거래 활용률은 5%밖에 되지 않는 것도 한국 기업들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인 셈이다. ◆ 인터뷰/응엔 쫑 쩡 MIC(정보통신부) 부국장 “IT 제조·소프트웨어 개발 등 IT 관련 산업 노동력의 60% 이상이 20대를 전후한 젊은 인력이란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특히 비슷한 수준의 전문성과 이력을 가졌더라도 인도의 절반, 중국의 3분1 이하 임금이란 점은 외국 투자자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응엔 쫑 쩡 정보통신부 부국장은 베트남 IT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을 인력으로 꼽았다. 아시아 전체를 통털어서도 상위권 수재로 평가되는 하노이공대 졸업생의 현재 월급은 160∼200달러 수준이다. 조금만 가다듬으면 인도·한국의 유수 개발자와 맞먹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란 점을 감안하면 값싼 노동력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SW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디지털콘텐츠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향후 4년 동안 면세 혜택이 주어지며 사업성이 인정된 후에도 50%의 감세 혜택이 지속됩니다. 다른 사업들에 부과되는 25%의 고정세(수입세)도 소프트웨어 등 IT 기업에는 10%만 부과됩니다.” 응엔 부국장은 앞으로 한국이 베트남 IT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중요 기회를 △소프트웨어·디지털콘텐츠 아웃소싱 △전자·통신 장비 제조 설비 구축 및 운영 △전자정부 협력 등으로 압축했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가 우수 인력 교류, 민·관 공동의 투자 및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T기업들 현지 누비다 한국 중소IT기업들도 베트남 현지 투자 및 사업 협력을 왕성하게 진행하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네오웍스·엔텔스·이메인텍·트루웹 등 국내 15개 IT 중소기업 및 벤처캐피털 대표들은 최근 한국IT기업연합회와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한 ‘IT기업 CEO 경영 연수단’ 프로그램에 참여, 현지에서 베트남기업과의 일대일 사업 미팅과 투자 협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시장 기회에 민감한 기업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가 기업들은 베트남 명문 하노이경영대학원(HSB)이 진행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IT산업 환경·정부 정책·투자 조건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현지 기업과의 상담을 통해 7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및 인력 채용 계약을 성사시켰다. 전기환 네오웍스 사장은 “통신장비 분야로 인도네시아에 이미 진출해 사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베트남의 신규 시장 기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현지에 와서 직접 보니 정부의 의지도 높고, 투자 환경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 같아 의욕이 커진다”고 말했다. 기업 대표단이 방문한 베트남 현지 국영 통신·전력 기업들도 대부분 한국 IT전문 기업들의 수준과 실력을 높이 평가하며 투자 또는 기술 협력을 요청해 왔다. 하노이=이진호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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