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세계 100위권 소프트웨어(SW) 기업 10개를 육성하고 디지털 콘텐츠 3대 강국을 실현하자. 지난해 본사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63조원의 매출을 올린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기록적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8만5269명으로 지난 2006년 말 8만5813명보다 550여명 줄었다. 대부분의 투자가 고용창출 효과가 작은 반도체, LCD 등 장치산업에 집중되고 조립부문은 지속적으로 해외 이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다. 반면에 국내 대표적인 SW 기업인 티맥스소프트는 지난해 매출이 1000억원에 못 미쳤지만 500여명을 새로 충원했다. 티맥스는 올해 말까지 500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반도체 강국’ 우리나라가 지난 97년부터 2006년까지 수출한 반도체 매출 규모는 231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화로 잘 알려진 ‘해리포터’의 수입은 얼마일까. 무려 308조원에 이른다. 해리포터를 소재로 하는 영화·책·캐릭터를 통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돈이 3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우리가 국가적으로 힘을 쏟아부은 반도체보다 80조원 더 많다. 전 세계 SW 시장 규모는 7000억달러로 LCD의 10배, 반도체의 3배에 이른다. 부가가치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반도체 분야는 시설과 원재료 구입 등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간다. ‘SW산업’이 21세기를 이끌어 갈 신성장 동력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디지털 콘텐츠와 SW는 생산량이 아무리 늘어도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화수분이다. 수확 체증의 법칙이 고스란히 적용되는 고부가가치 분야다. 게다가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일자리 창출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연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살리기의 승패는 ‘SW산업 육성’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매출 10억원당 고용창출 능력은 SW가 6.2명인 반면에 통신 2.5명, 제조는 0.6명에 그친다. 이단형 한국SW기술진흥협회장은 “SW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국가 및 다른 산업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첨단 산업이자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안”이라며 “중소벤처 SW 기업들이 활발하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 및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100대 SW 기업 매출 기준은 2000억원 정도다. 국내에서 100위권에 드는 기업은 전무하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안철수연구소(319위), 티맥스소프트(370위), 핸디소프트(460위), 한글과컴퓨터(483위) 등이 500위 권에는 진입했을 뿐이다. 100대 SW 기업은 대략 1000명에서 2000명의 인력을 갖고 평균 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 이명박 정부 임기에 세계 100대 SW 기업 10개를 육성할 경우 직접적인 고용창출은 2만명 정도지만 간접적으로 10만명 가까운 고용 창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로써 국내 제조 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SW산업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넘어 3만달러 시대 도약을 위해 반드시 도전하고 극복해 성취해야 할 도전과제”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기관인 IDC의 커크 캠벨 사장은 “전 세계 SW 산업을 미국 기업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것은 창업에서부터 상장까지의 프로세스가 유연하고 개발된 SW 적용이 용이한 사업 환경 덕분”이라며 “SW 가치를 제대로 쳐주는 문화도 한몫을 했다”며 조언한다. 문화부가 출간한 ‘2007 디지털 콘텐츠 산업 백서’에 따르면 2006년 IT산업의 경제 성장 기여율은 40%대 수준이다. 문제는 2000년 이후 이미 정체상태라는 점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콘텐츠 분야가 우리 경제에 미친 성장 기여도는 12.6%였다. 글로벌 평균은 17.6%에 조금 못 미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최보근 문화부 콘텐츠진흥팀장은 “국내 IT산업은 일본·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상황”이라며 “반면에 콘텐츠 분야는 전 세계 성장률이 7%, 아시아 지역은 9%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문화 콘텐츠 시장 규모도 올해 1조7600억달러로 1조1600억원에 달하는 IT 하드웨어 시장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문화산업 성장률은 10.5%로 국내 경제 성장률 4∼5%대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문화 콘텐츠의 위력은 이뿐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전 세계 영상·게임·공연·디지털 콘텐츠 등 콘텐츠 산업 규모가 2006년 70조원대에 이르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가정보원도 ‘차세대 먹거리 7대 소프트 산업 육성 방안’이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미래 성장 산업의 하나로 게임·영상·애니메이션·캐릭터·모바일·디자인 등을 집중 육성해야 하며 국가 차원의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문화산업은 실제 ‘IT강국’이라는 명성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2005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문화 콘텐츠 규모는 296억달러로 전 세계 9위 수준이다. 1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를 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2.2%에 불과하다. 미국이 5535억달러·47%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어 일본(7.8%), 영국(6.8%)이 뒤를 잇고 있다. 그나마 게임·음악·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는 69억달러로 일본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3위 일본 9%·196억달러에 3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져 있다. 다행히 신정부는 5대 국정 과제에서 ‘문화 콘텐츠 집중’을 핵심 과제로 게임 등 창의력이 필요한 콘텐츠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관심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세부 실행 계획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 선도 기업을 육성하고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각종 규제 완화와 대기업의 참여 유도 등을 통해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위한 토대를 갖춰야 한다. 21세기는 문화 콘텐츠 전쟁 시대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정부는 이미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다. △소프트웨어 전쟁은 시작됐다 세계 SW 강국을 향한 각국 간의 경쟁이 뜨겁다. 세계 SW 산업은 물론이고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석권하는 미국뿐 아니라 주요 국가도 SW 산업을 국가 어젠다로 정하고 강력한 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는 일본은 ‘지적재산추진 전략’을, 영국은 ‘창조 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도 ‘문화 산업 기지 건설 전략’을, 대만도 ‘쌍성산업 발전 전략’을 토대로 문화 산업 강국 건설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이 때문에 우리도 신정부에서 문화 산업 부흥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문화 산업 5대 강국, 디지털 콘텐츠 3대 강국’ 위업을 이루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 크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SW 산업 분야에서도 각국은 강력한 진흥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기초 연구 프로젝트의 연방 기금을 장기 투자하는 한편 지식재산권 침해에 통상 압력 정책을 강화, 자국 기업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세계 제조 대국이지만 SW 분야에서는 한참 뒤처진 일본은 최첨단 SW 공학 확립과 SW 거래 투명화를 추진하고 IT 인재 양성 환경조성과 정부 조달 제도 개선 등을 통해 IT 서비스 산업 육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세계적인 SW기업을 유치해 고용 창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우선 구매 정책과 SW 산업 관리 강화 등으로 자국 SW 제품의 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SW 기업 연구개발 기구 설립 및 기술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적인 SW 강국으로 부상한 인도는 제품 개발 중심의 기술 혁신보다는 프로세스 혁신, 보급 혁신 등 서비스 혁신에 집중하고 있으며 SW 중심의 IT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 중이다.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 가능하다.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SW기업의 한 임원은 “세계적으로 우리 회사 제품이 넘버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그다지 힘을 못 쓴다”며 “그만큼 특정 SW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티맥스소프트는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시장에서 4년째 1위를 기록 중이며 안철수연구소(보안), 핸디소프트(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웹콘텐츠관리), 투비소프트(X인터넷), 코리아와이즈넛(기업용 검색엔진), 더존디지털웨어(경영정보시스템), 온더아이티·날리지큐브(지식포털) 등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SW기업의 강점은 다양성에도 있다. 세계적으로 오라클, IBM, MS 등에 맞서 DBMS 사업을 진행하는 토종 기업이 3곳이나 있는 곳도 한국이 유일하며 결제, 모바일 SW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 적지 않다. 다만 국내 SW 시장이 전 세계 시장의 1%에 불과하다 보니 매출액 확대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사장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은 국내 SW기업은 충분히 해외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며 “세계적인 SW기업이 되려면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SW 기업이 놓치고 있는 99% 시장에서 조금만 선전한다면 바로 세계적인 기업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반증이다. 유형준·강병준기자@전자신문, hjyoo@
◆소프트웨어 강국-해와 사례 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 규모(모바일 콘텐츠 제외)는 지난해 2985억달러에서 오는 2012년까지 연평균 13.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5565억달러, 우리 돈 528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조사 기관과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전망하는 기조는 동일하다. 이 같은 SW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과 해당 기업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50∼60년대를 연상시키는 전통 농업국인 인도가 최근 세계 지식산업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글로벌기업의 IT제품에는 대부분 인도산 SW가 속속 내장되고 있다. PC의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에 빗대어 ‘인디아 인사이드(India inside)’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도 IT산업의 70%를 차지하는 SW 부문이 인도 총수출에 기여하는 비율은 약 20%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는 2003년 이후 연속 연평균 8%대가 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영국의 싱크탱크인 데모스가 ‘지식의 지형(Atlas of Ideas)’이라는 보고서에서 인도가 향후 10∼15년 내 IT, BT, NT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 역시 SW 강국인 인도의 저력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나라별 콘텐츠 산업 시장 규모와 점유율(2005년 기준) ◇문화 콘텐츠(단위: 달러) *순위 =국가 =시장 규모 1= 미국 =47%(5535억) 2= 일본 =7.8%(1040억) 3= 영국 =6.8%(898억) 6= 프랑스 =4.0%(535억) 9위 =한국 =2.2 %(296억) ◇디지털 콘텐츠 1= 미주권 =56.9% (1226억) 2= 유럽권 =25%(539억) 3= 일본 =9%(196억) 4= 한국 =3.5% (69억) 5= 중국 =1.9%(4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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