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발전의 최종판인 ‘혁신도시’ 건설 및 공기업 지방이전 사업이 대통령 임기 5개월 여를 남겨 놓고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김천 및 제주도의 혁신도시 기공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균형발전정책이 앞으로 위축될 수도 있고 멈춰버릴 수도 있다. 어느 정부도 흔들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이후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과 건교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형세다. 이에 따라 실시 계획을 협의 중인 부산을 제외한 대구·울산·경남·제주 등 9개 시도가 혁신도시가 건설될 지역의 용지 보상에 들어갔다. 김천·제주도에 이어 이달 말 경남과 다음 달 광주·전남지역이 기공식에 대비해 보상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 또 일부 지역은 이전 대상 기관이 양해각서를 교환하거나 공공기관 임직원 지역탐방 행사를 개최하는 등 실질적인 지역 껴안기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토지 보상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혁신도시 건설의 핵심이 되는 공기업 이전은 차기 정권에서도 ‘브레이크 없는’ 정부 지속사업으로 자리를 잡게 될 전망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혁신도시 건설 어디까지 왔나=정부가 혁신도시로 지정한 지역은 전북 전주·완주, 대구 신서, 울산 우정, 제주 서귀포, 부산 동삼·문현·센텀, 경북 김천, 강원 원주, 광주·전남 나주(공동), 충북 음성·진천, 경남 진주 10개 시도다. 이곳으로 옮겨갈 중앙정부 산하기관은 모두 178개. 이 가운데 129개는 11개 광역시·도, 40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나머지는 충남, 강원 등으로 개별 이전한다. 이들 기관은 오는 2012년까지 각 지역으로 모두 흩어져 지역별 교육기관 및 전략산업과 연계한 혁신클러스터로서의 지역 성장 거점으로 자리 매김하게 된다. 지난 10일 현재 토지 협의 보상률이 각각 69%, 70.4%에 이르는 경북과 제주 지역은 이미 기공식이 지난 9월 개최됐다. 대구지역의 경우는 이달 말을 목표로 보상협의에 들어가 현재 14.9%, 울산이 12.6%에 이르고 있다. 건교부 측은 올해 안에 지자체 용지보상이 50% 이상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5∼6개 지역에서 혁신도시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강원(10월 25일까지), 전북(10월 16일까지)은 아직 토지 등의 감정평가도 끝나지 않은데다 정통부 산하 일부 이전 대상 기관은 건교부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조차 받지 않아 다소 지연될 공산이 크다. ◇공기업 이전 준비도 박차=이전 대상 공기업들도 대부분 지방이전추진 TF를 구성하는 등 각 부처의 이전 계획에 따라 이전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일부는 부처 간 조율을 거쳐 건교부의 심의까지 완료한 상태고 일부 기관은 현재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전 대상 기관의 각 지역 사전 정지작업도 일부기는 하지만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파진흥원은 전남도와 지난 8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나주시, 동신대와 공동 체결한 이 협약에서 △나주 등 전남지역 대학생 우선 취업 알선 △전파방송 및 IT산업기반 조성사업 공동 실시 △전문인력 양성 공동 노력 등에 합의했다. 지자체로는 광주시가 지난 11, 12일 이틀간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로 이전할 한국정보보호진흥원·한국전력 등 17개 공공기관 임직원 120여명을 초청한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 지역탐방 행사’를 개최했다. 또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올해 공채에서 이전 예정지역인 광주·전남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을 10%로 늘리는 등 광주·전남지역 인재 채용을 확대하기도 했다. 이전 대상 기관 임직원에 대한 지원 가이드라인도 최근 확정됐다. 정부 측은 형평성을 고려해 이주 수당으로 이주자 일인당 3년간 매월 30만원, 배우자가 포함될 경우 20만원의 추가 지원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기관별 신청 부지의 면적 조정도 마무리됐다. 대부분 신청 면적보다 삭감돼 결정됐다. 이전대상 출연연 관계자는 “토지개발공사나 주택공사, 지적공사 등 일부 기관만 선도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원하는 기관은 모두 받아 줘 인센티브가 돌아가게 하고 건교부가 조금만 더 신경써 준다면 이전 속도가 더 날 것”이라며 “기왕 이전할 것이라면 빨리 하고 싶은데 기반시설이 안 돼 있어 내려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전기관 정주권 등 난제도 많아=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 이전 대상 기관의 주장에 따르면 △정주권 문제 △본사 매각 후 차익의 복지기금화 요구 △가이드라인의 자율성 여부 △이전 기관 하도급업체의 효율성 저하 △일부 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의 무관심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이들은 이전하게 될 경우 거주지를 당장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주택 융자시 무이자 등 혜택 부분을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식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본사 매각 후 남는 차익은 이전기관 복지 기금으로 돌려 이전기관 직원들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지 차익을 정부가 회수한다면 노사간 갈등을 촉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형평성을 내세워 일률적으로 이전 수당을 책정하기보다는 기관 사정에 맞게 정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기관 이전까지는 5년이나 남아 해당 직원들의 무관심도 이전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복지기금의 경우 논의된 바가 없고 이전 수당의 경우는 현재 부처 간 논의단계로 각 기관 실정에 맞게 하도록 융통성을 가지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각 기관의 이전 일정에 관한 계획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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